삼목, 상법 어겨가며 처절한 승리..어떻게?

유일한 MTN기자 2013.03.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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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은 대주주-안건 삭제는 소액주주 승소..주총은 4월로

기업의 상거래 관계를 규율하는 특별법인 상법. 상법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상법은 이를 위한 장치의 하나로 주주제안(363조의 2항) 조항을 담고 있다. 상장사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균형 속에서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배려한 것.

주주제안에 따라 발행주식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주총회 6주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안건에 상정할 수 있다. 해당 상장사의 이사는 주주의 제안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정관이나 관련법을 위반한 경우가 아니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야한다.



그런데 이런 상법의 핵심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상장사가 등장했다. 거푸집으로 불리는 알루미늄폼 등을 생산해 건설업체에 납품하는 삼목에스폼(구 삼목정공, 이하 삼목)이 '용감한 주인공'이다.
삼목은 지난 14일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정정공시에서 제4호 의안으로 올라있던 감사선임 건을 돌연 삭제하고 그 자리에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 선임 건을 배치했다.

앞서 개인투자자 이성훈씨는 삼목 지분 5%이상을 확보한 이후 주주제안을 통해 새로운 감사 선임을 요구했다. 삼목이 일감 몰아주기로 관계사 에쓰엠을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목 주주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감사를 선임하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맞서 사측이 꺼내든 카드가 감사위원회 설치였다. 감사위원의 선임 건은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표결시 소액주주에게 유리하다. 이른바 3%룰. 감사 만은 독립성을 강화해 대주주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해야한다는 취지다. 독립적인 감사 선임에 부담을 느낀 다수의 상장사들이 감사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꺼내들고 있다. 삼목도 크게 다르지않은 상황.

그런데 상장사들이 3%룰을 무력화시켰다는 비난이 일자 2011년 상법이 변경됐다. 사내외 이사에서 추천받도록한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 선임 역시 3%룰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상근감사를 대신해 사측의 입맞에 맞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상장사는 정관변경(감사위원회 설치), 3%룰을 적용한 감사위원 표결, 소액주주가 제안한 상근감사 선임 건의 삭제라는 일련의 절차를 밟아야한다.


그런데 삼목은 소액주주의 제안을 아무런 이유없이 삭제해 주총안건에 조차 올리지 않는 초유의 불법을 감행하고 나섰다.
이성훈씨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 노골적으로 법을 어겨가면서 소액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 씨는 즉시 상근 감사선임을 주총안건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의안상정가처분소송을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제기했다. 유례없는 안건 삭제에 법원은 25일 소액주주가 제안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야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결정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씨가 최대주주인 김준년 대표의 특수관계인인 에쓰엠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야한다는 내용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는데, 같은날 기각 결정을 내린 것. 에쓰엠이 삼목 지분 21%를 고의로 특수관계인으로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결권을 제한해야한다는 이씨의 주장은 법리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그저 허탈할 따름이다. 에쓰엠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감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쪽으로 정관이 변경된다. 소액주주가 설 자리는 없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편 삼목이 에쓰엠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은 에쓰엠만의 폭발적인 성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에쓰엠의 매출 상당부분이 삼목에서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의 편취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2007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11년 자산 760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해 매출액은 410억원, 영업이익은 104억원에 달했다. 2009년엔 450억원 매출에,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의 대부분은 삼목을 비롯한 관계사에서 발생했다. 김 대표는 에쓰엠의 지분 69%를 소유하고 있다. 에쓰엠의 성장과 달리 삼목의 매출, 이익은 수년간 정체하고 있다.

다른 소액주주는 "삼목이 알루미늄폼의 감가상각 기간을 4년으로 매우 짧게 잡고, 상각이 끝나면 헐값에 에쓰엠에 매각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알루미늄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격판넬의 경우 10년이 지나도 사용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알루미늄 고철(스크랩)도 시제품의 절반 정도에 매매된다.

삼목의 외부감사는 광교회계법인으로, 광교는 에쓰엠, 동일제강의 외부감사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김 대표와 모친이 삼목과 관계사의 이사와 감사를 맡으면서 사실상 가족회사와 같은 경영을 하고 있다"며 "상장사에 어울리지 않는 지배구조까지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목은 5명의 이사를 두고있는데, 김 대표의 모친, 삼촌을 포함 3명이 친척이다.

소액주주의 의혹 제기에 대해 회사측은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 없다. 수차례 공시책임자 등과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주총 예정일은 오는 29일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2주간의 안건 공지 기간을 둬야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4월로 넘어갔다. 단, 소액주주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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