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만기폭탄 2.9조, 담보부사채 탈출구 될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3.03.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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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투자자 '윈윈'…담보물 요건 완화 '신탁법' 정비 서둘러야

'BBB+'급 만기폭탄 2.9조, 담보부사채 탈출구 될까


올해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 'BBB+'급 기업들이 담보부사채 발행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비우량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담보부사채를 검토하려 해도 법규상 발행이 제한된다는 하소연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등급 'BBB+' 회사채는 2조8846억원에 달한다. 두산건설 (1,240원 0.0%)이 5646억원, STX (7,800원 ▲130 +1.69%)STX조선해양 (0원 %)이 각각 4800억원과 3800억원, STX팬오션 (4,285원 ▲185 +4.51%)이 2000억원 등이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땅한 그룹 계열 지원군이 없는 한라건설 (2,295원 ▲15 +0.66%)(1700억원), 계룡건설 (13,460원 ▲20 +0.15%)(900억원), 이랜드월드(800억원), 동부팜한농(600억원), 동부메탈(200억원) 등도 만기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관련기업은 막막한 처지다. 경기침체에 회사채 양극화까지 겹치면서 신규 발행은커녕 만기연장도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발행된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BBB급 비중은 11.4%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56%) 줄었다. 그나마 발행된 회사채도 79.5%가 안 팔렸다.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받기로 한 두산건설조차 지난 4일 10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7%대 금리가 무색하게 참여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미매각 물량이 나오면 일단 주관 증권사가 떠안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 발행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관계자는 "신용등급상 한단계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BBB+'와 'A-'의 격차가 너무 크다"며 "발행금리부터 3년물 기준으로 7%대와 4%대로 300bp(1bp=0.01%포인트) 넘게 차이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담보부사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담보부사채의 경우 담보 가치만큼 해당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오르기 때문에 'BBB+' 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관심권인 'A' 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담보부사채 평가방법론에 따르면 담보부사채의 예상회수율이 60% 이상이면 기업신용등급보다 2단계까지 등급이 오를 수 있다.

등급 상향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대폭 낮아진다. 동부팜한농(BBB+)의 경우 지난 1월 울산 비료공장을 담보로 내세워 회사채 등급을 한 단계 높은 'A-'로 발행하면서 발행금리를 4.1~4.4%로 낮췄다. 최근 중견·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5%가 넘는 금리로 은행대출을 받는 것과 비교해도 100bp가량 낮다.

투자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적잖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금자에게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단위농협이나 신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일반 무보증 사채 금리로는 역마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보장하는 담보부사채가 적격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발행된 담보부사채의 최대 고객은 제2금융권이었다. 종금, 금고, 상호금융기관의 순매수 비중이 전체의 38.2%에 달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복잡한 담보부사채에 투자하느니 금리를 낮춰서라도 우량채에 투자하겠다는 채권시장 쏠림현상도 문제지만 당장 발행사 입장에서 담보를 내세우려 해도 담보물에 대한 제한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호소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영국은 1989년부터 영업권과 지적재산권 같은 무형의 재산권과 토지에 부착된 권리까지 담보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재고자산과 유동성이 큰 자산은 물론, 장래에 취득할 동산이나 대출채권까지 담보물 범위에 넣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특허권과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지만 정작 담보부사채신탁법은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중소기업이 내세울 만한 담보는 건물이나 부동산밖에 없지만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일정 규모 이상 선순위 담보가 잡혀 있어 담보여력이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발행된 담보부사채가 9640억원에 그치는 데도 이런 사정이 숨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회사채 시장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언급되는 연기금의 비우량채 투자 의무화나 채권안정펀드 설립에 비해 담보부사채는 시장 자율을 존중하면서도 중견·중소기업의 회사채 경색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강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담보부사채가 중견·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지만 양호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에는 유리한 조건의 차입을 가능케 하고 투자수요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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