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자질은 다른 직업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 직장인은 물론이고 변호사나 의사, 집 짓는 목수나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도 이런 자질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을 늘 지겹고 따분하게만 여긴다면 과연 누가 그 일을 열심히 하겠는가. 어느 분야든 하루하루 조금씩 진척돼 나가는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사막에서 만난 여우가 어린 왕자와 헤어지면서 남긴 말은 아마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제일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는 갈증을 없애주는 특효약을 파는 장사꾼을 만나는데, 그는 1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그 후로는 아무것도 마시고 싶지 않게 되는 약을 팔고 있다. 그러면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럼 그 53분 동안 무얼 해요?" 어린 왕자의 물음에 그 장사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차라리 그 시간에 신선한 물이 솟아오르는 샘으로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의 말처럼 성공은 특효약 한 알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름길로 가서 빨리 닿을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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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물이 떨어지자 샘을 찾아나서는 대목이다. 어린 왕자는 말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자 나(조종사)는 갑자기 어릴 적 살았던 낡은 집을 떠올린다. 그곳에는 무슨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는데, 아무도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걸 찾으려고 한 사람도 없었다. 집 전체가 야릇한 마술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모래가 신비스럽게 빛나는 까닭을 깨닫는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직관이다. 그는 특유의 은유를 곁들인 명쾌한 직설화법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아내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신붓감에게 바라는 조건을 미리 정해둘 수는 있지만, 어느날 한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 그런 조건 따위는 무시해버리고 그녀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인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투자를 하는 것은 돈을 바라고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버핏은 매일 아침 버크셔해서웨이로 출근하는 게 마치 시스틴성당에 그림 그리러 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투자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투자 과정을 훨씬 더 즐긴다." 그의 성공 비결 역시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셈이다. 투자는 단지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즐기지 못하면 좋은 성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