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그릴링griling’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3.03.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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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월간외식경영에서 주최한 ‘갈비투어’에서 참가자들은 전국 유명한 갈비전문점을 다니면서 고기 양념과 원육, 소스 등을 벤치마킹 했다.
그중 대박집이라고 불리는 충남의 모 갈비전문식당을 방문했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생각보다 고기 맛이 별로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고기의 양념소스만 두고 봤을 때는 나름대로 맛이 있다는 평이었다. 더구나 그 집은 한우를 사용해 원육의 퀄리티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다.
문제는 로스터였다. 직화구이 식이 아닌 일반 가스 불판을 사용하는데, 열전도율이 높지 않아 익는 동안 양념과 육즙이 빠져 양념갈비 맛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 한 것이다.

◇ 원료육의 단점 커버 가능한 그릴링
원료육의 품질, 양념, 숙성 정도, 손질 과정 등 고기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중 고기를 굽는 작업, 즉 ‘그릴링(griling)’ 역시도 고기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포인트다.



그릴링의 사전적인 뜻은 ‘복사열을 이용한 직화 조리 방식’이다. 쉽게 말해 굽는 기술이다. 그러나 외식업소에서는 단순히 이와 같은 정의로만 통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릴링은 불의 세기와 가열 온도, 로스터의 특성, 불판에 고기를 올리는 타이밍과 익히는 시간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들이 완성돼야 고기 맛을 살려주는 그릴링이 가능하다.



기초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다고 가정하더라도 고기의 종류나 등급, 육질, 들어가는 양념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맛이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그릴링은 단순히 ‘굽는다’는 의미를 떠나 고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는 핵심적인 기술인 셈이다.

실제로 그릴링은 원료육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구실을 한다.

3.5cm 두께의 숙성 삼겹살과 목살을 완벽한 그릴링으로 풍미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대구시 북구 서변동 '맛찬들왕소금구이' 이동관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급이 낮은 고기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고기의 등급을 중요시하는데 사실 등급도 등급이지만 같은 원료육이라도 기술적으로 맛있게 굽는다면 고기 맛을 얼마든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 등급의 고기도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맛찬들왕소금구이'는 2~3등급의 돼지고기를 사용하는데, 적당한 숙성과 매뉴얼화된 그릴링서 비스로 고기 맛을 좋게 하면서 고객 방문율을 높이고 있다.

◇ 굽는 방식에 따라 고기 맛 차이 30% 이상
앞서 제시한 월간외식경영 ‘갈비투어’에서 참가자들이 방문한 충남의 모 갈비전문점의 경우는 고기 품질과 양념이 잘 어우러진 양념육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적절치 않은 로스터 사용으로 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예시였다.

이는 원료육과 양념이 ‘불판’이라는 기술적인 요소와 부합하지 않아서다. 한 마디로 그릴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역으로 일반 가스 불판 대신 다른 로스터를 사용한다면 고기 맛이 달라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투어 팀들은 같은 소스로 양념한 고기를 가져다가 참숯불을 사용해 직화 방식으로 구워봤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들이 ‘맛이 훨씬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복사열로 고기 겉면을 단 시간에 익혀 육즙과 양념이 비교적 덜 빠져나가게 해 맛을 살린 것이다. 삼겹살이나 한우 생고기의 경우에는 막힌 판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양념육은 열을 최대한 활용해 그만큼 고기와 소스를 최대한 잘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처럼 고기는 원재료도 훌륭해야 하지만 굽는 기술 역시 중요하다. 같은 고기라도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우의 경우 기호에 따라 레어, 미디엄, 웰던 등으로 굽는 정도를 다르게 할 수 있어 각 방식에 따른 기술이 필요하다.

마블링이 비교적 적은 저 등급 부위일수록 세심한 그릴링은 필수다.

대구시 '맛찬들왕소금구이' 이동관 대표는 “불판의 종류나 불의 세기, 고
고기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그릴링griling’


기의 부위와 두께 등 메뉴 특성에 따른 요소들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그에 맞는 그릴링 방식을 찾는 것이 포인트”라며“고기 본연이 지닌 맛을 최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그릴링을 했을 때 실제로 고기 맛의 30% 이상까지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고객과의 대화 유도함으로써 서비스 만족도 높아
'오발탄'이 양·대창 부위를 대중화할 수 있었던 것은 각 테이블마다 직원이 배치되어 양·대창을 구워주는 그릴링 서비스를 접목했기 때문이다.

보통 고깃집을 떠올리면 시끄럽고 연기 많은 공간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은 룸식 독립공간을 두고 각 부위별로 직원이 직접 구운 후 먹기 좋게 잘라 제공함으로써 가격대비 만족도를 높인 것.

이처럼 최근에는 그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고깃집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로 구워 고기 본연의 맛을 잘 끄집어 내 줄뿐 아니라 직원이 고기를 굽는 동안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양·대창전문점 '화로백서' 정래성 대표는“직원들이 고객 테이블로 가 고기를 구워주도록 한 이후부터는 단골고객이 30~40%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각각의 부위를 설명하거나 고기를 더욱 맛있게 굽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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