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질판"… 세입자도 "월세 살래요", 왜?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김도윤 기자 2013.03.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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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전세보증금 떼일까봐 힘들지만 '반전세' 원해

↑용인 성복동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미분양 아파트 할인행사가 펼쳐지고 있다.ⓒ송학주 기자↑용인 성복동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미분양 아파트 할인행사가 펼쳐지고 있다.ⓒ송학주 기자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2억원의 전세로 살던 김모씨(44)씨는 지난해 12월 계약만료일 두 달을 앞두고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집주인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집주인은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못찾았으니 좀더 기다려달라"며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 집주인은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상태였지만 보증금을 떼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씨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김씨의 전셋집은 매매 실거래가격이 3억원대 초반으로 2년 전보다 7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가 매매가격을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보러 오는 세입자들이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귀띔이다.



 #경기 용인 풍덕천동 전용 84㎡ 아파트에 2억2000만원에 전세로 살던 박모씨(52)는 지난해 말 날벼락을 맞았다. 집주인이 은행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감정가는 4억3000만원이었지만 수차례 유찰 끝에 3억원대 초반에 팔렸다.

 선순위 저당권을 설정한 은행이 2억원을 가져가고 박씨 손에 남은 돈은 고작 1억원 정도. 박씨는 계약 당시 "대출이 있지만 지금 시세로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소개한 부동산중개업자가 한없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처럼 전셋값 상승세와 주택담보가치 하락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 전셋집'이 늘고 있다. 시장에선 전세보증금을 날리지 않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세 사라질판"… 세입자도 "월세 살래요", 왜?
 ◇전세 세입자 10명 중 8명 '불안'…'깡통전세' 19만가구 추정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전세 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과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을 느끼는 세입자가 51.7%로 절반을 넘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집값 추가 하락시 보증금 피해가 우려된다'는 사람도 33.5%에 달했다.

 앞서 이달 초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전·월세시장의 전망과 리스크'란 보고서에선 전세가비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하우스푸어' 위험이 '렌트푸어'에게 전이되고 있다며 깡통전세에 몰릴 수 있는 가구수를 19만가구로 추정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전국 515만가구 중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70%를 초과하는 집들이다. 연구원은 특히 이들 가구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의 평균 20%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입자들 '깡통전세' 두렵다…힘들지만 '반전세' 원해
 상황이 이렇자 전세 대신 '반전세'로 살려는 세입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임대차계약은 5만6889건으로 이중 월세가 35.4%(1만9973건)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 정자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금리가 높지 않다 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원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세입자들이 보증금 낮은 반전세 물건을 찾는다"며 "잘못 계약해 보증금까지 날리느니 차라리 매달 일정액의 월세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세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은 계속 내리는 데 비해 전셋값이 뛰면서 전세보증금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자 이번엔 세입자들이 '반전세'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전세가 세입자의 가계지출을 늘린다는 점이다. 보증금은 줄지만 매달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생활이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용인 신봉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대출 낀 아파트 전세는 1억원 이상 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반전세로 돌려야 그나마 손님이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다간 전세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세보증금 떼이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전세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전셋집 계약 전에 근저당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셋집으로 이사한 뒤에는 해당 주민센터에서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해야 한다.

 전세금보증보험 가입도 한 방법이다.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계약이 끝난 지 한달 이상 지났음에도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보상하는 보험이 여럿 있다. 높은 보험료가 부담될 경우 집의 담보대출 등을 감안해 전세금 일부만 보험에 드는 것도 가능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집주인의 자동차 등 다른 부동산을 압류해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남은 자산이 없다면 직접 경매에 참여해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최우선 임대차보증금 보호 대상인지 등 전세보증금과 관련된 법적 부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근저당이 20% 이상 설정돼 있으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날릴 수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전세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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