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주부, 청소로 월 800만원 "대박"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3.03.3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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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창업트렌드/ 증가하는 주부창업, 업종 선택 ABC

4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의 주부 창업이 증가세다. 이는 퇴직을 앞둔 남편 대신 주부가 창업에 뛰어들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최근의 시류를 반영한다.

퇴직 전인 남편보다 먼저 창업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여럿 목격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창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못하는 남편 대신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미리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베이비부머 아내의 창업은 안정성을 높인다. 베이비부머 창업 실패의 요인으로 짧은 준비기간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주부가 먼저 창업에 뛰어든 후 남편이 가세하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창업전문가들은 "전업주부들이 창업 시 사전에 알아야 할 기본상식이 많다"며 "각 지역에 위치한 소상공인진흥원이나 신용보증기금, 또는 금융권에서 개최하는 창업교육을 통해 기본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전통국수&분식전문점 차려 남편과 역할분담

2009년 4월 전업주부에서 창업자로 변신한 연정애씨(53세)는 베이비부머 남편의 퇴직에 앞서 창업에 뛰어든 이후 남편이 합류한 케이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1억8000만원을 투자해 17평 규모의 전통국수&분식전문점을 오픈한 연씨는 월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씨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남편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남편인 심동선씨(56)도 창업을 반대하지 않았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주말마다 퇴직 후 함께 운영할 가게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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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씨는 처음에는 5000만~6000만원 정도의 소자본 창업을 고려했지만, 남편이 1~2년 후 합류할 것을 감안해 투자규모를 늘렸다. 또 초보창업자가 도움받기 좋다는 생각에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뒀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분식전문점 창업을 결심했다. 분식전문점은 타 외식업종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지만, 고객층이 다양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직장에서 기획조정, 회계·경리, 지사장 등의 업무를 해온 남편 심씨는 구멍가게에도 원칙을 세운다는 생각에 인력, 물류, 회계, 세금 등을 분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심씨는 아내와 교대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육체적인 피로도를 낮추고 있다. 가장 바쁜 시간 동안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수는 5명으로 주방 3명, 홀 2명이다. 이들은 모두 정직원으로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 '주부 노하우'도 사업 밑천

20년차 전업주부였던 이정희씨(45)는 지난해 1월 남편보다 먼저 토털청결서비스업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남편도 최근 합류해 일을 분담하고 있다.

20년차 주부, 청소로 월 800만원 "대박"
이씨는 사회복귀를 시도했지만 전업주부를 고용해주는 곳이 많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창업이 취업보다 유리할 것이라며 생각을 바꿨다. 그녀는 청소야말로 주부가 전문가라고 판단해 이 업종에 도전했다. 무엇보다 이씨가 도전한 토털청결서비스 가맹본사에서는 영업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의 매출을 보장했기 때문에 영업력이 없었던 이씨도 마음 놓고 도전할 수 있었다.

이씨는 매장 바닥부터 주방, 화장실, 난간 및 유리까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청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정확한 피드백을 위해 청소 후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이씨의 고객 중 90%는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이다. 10여곳의 고정 거래처를 통해 이씨가 벌어들이는 한달 평균 매출은 1300만원.

"별도의 사업공간을 두지 않고 집에서 이용문의, 주문 등을 받고 있습니다. 차량유지비 등 운영경비와 아르바이트 지원 인력비용을 빼면 월 평균 8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죠."

이씨는 1년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제는 전단지와 안내책자를 들고 집과 매장을 직접 방문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도 개설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 주부경력 살리는 업종은?

주부 창업은 연씨나 이씨처럼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실패사례도 많다. 주부 창업을 비롯해 다수의 창업에서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당이나 편의점, 커피숍, 마트 등에서 6개월 내지는 1년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쌓은 경험들은 향후 창업을 실행할 때 큰 자산이 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너나 고객 성향, 업종에 대한 이해 등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업종에 대한 적성까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매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창업교육까지 받아 이론을 정립했다면 업종을 선택하고 창업을 실행하는 단계에 이른다. 향후 남편 퇴직 후 함께 할 사업을 고르는 것이 목적이므로 업종 선정 시 남편의 경력과 성향,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남편을 고려할 때는 전통음식점이나 카페, 편의점, 베이커리, 전자기기 대리점 등을, 남편이 유통 및 영업직 출신이라면 주점을 고려해볼 만하다.

외식업은 주부가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다. 주부로서 주방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온 만큼 일단 안심할 수 있어서다.

1990년대 이전에는 한식 또는 분식 전문점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이탈리안레스토랑, 베트남쌀국수전문점 등 전문음식점에 진출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판매업종도 주부에게 추천할 만하다. 주부다운 꼼꼼함을 살려 상품·매장관리만 잘 해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전문점, 과일전문점 등 생활밀착형 판매업종은 주부가 타깃이어서 고객과의 유대감 형성이 잘 이뤄진다. 액세서리전문점, 의류전문점 등 여성 대상 판매업종 역시 고객층이 비슷해서 추천된다.

생활밀착형 판매업종 중 문구점도 추천 창업 아이템이다. 문구점의 주 고객층은 학생과 학부모 등이며, 영업시간도 밤 9~10시면 끝난다. 일요일을 휴무일로 정해서 쉴 수도 있어 생활패턴과 노동강도 등이 전업주부나 직장인과 잘 맞는다.

서비스업종 역시 경쟁이 비교적 덜하고, 창업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 중 뷰티업종은 주부창업 아이템 중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대표격인 미용업은 생계형으로 많은 주부들이 선택해온 업종. 2002년부터는 저가 피부관리숍의 프랜차이즈화가 활발해져 유망 주부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오전 10시쯤 오픈해서 저녁 8시쯤이면 영업이 끝나기 때문에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교육업종은 고학력 주부들이 선호한다. 육아 경험도 활용할 수 있으며,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놀이교육원, 영어학습관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창업 아이템. 논술학원, 체험학습사업 등의 창업도 활발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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