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만에 탄생한 국산 맥주…"독일 맛" 호응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3.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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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People/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

세븐브로이는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프리미엄맥주로 통한다. 국산맥주임에도 가격은 수입맥주 수준이지만 소비자의 사랑은 뜨겁다.

세븐브로이의 가장 큰 유통망인 홈플러스에서는 하이네켄 판매량을 앞지를 정도다. 이름도 없는 무명의 국산맥주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순전히 '맛'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라거' 일변도인 국내 맥주시장에서 다소 생소한 '인디아페일에일'(India Pale Ale, IPA)을 생산한다. IPA는 이미 영미권에서 고급맥주로 알려져 있다. 세븐브로이의 IPA맥주는 풍부한 향과 진한 맛, 깊은 거품으로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_류승희 기자사진_류승희 기자


◆ 맥주제조 일반면허 1호

"큰 회사와 상대하려면 우리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했습니다. 대기업이 대중의 입맛에 맞게 라거를 생산하듯 작은 기업인 우리는 소임을 다해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게 각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56)의 말이다. 맥주업계가 세븐브로이를 주목하는 건 국내 최초의 중소형 맥주양조장이라는 점이다. 세븐브로이는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국산 마이크로 브루어리로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에 이어서 77년 만에 탄생했다. 김 대표는 맥주사업에 뛰어들기 전, 제법 잘 나가는 외식업체의 사장이었다. 서울시내에 100평이 넘는 대규모 사업장도 여럿 가지고 있어 돈 걱정 없이 노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김 대표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뒤늦게 맥주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그것도 그저 호프집을 차리거나 하우스맥주집을 열어 소규모로 생산하는 게 아닌 아예 맥주공장을 세웠다.



"새로운 일에 대한 꿈, 열정이 있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꿈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제 안에 아직도 열정이 가득합니다."

이제 환갑의 나이, 김 대표의 눈이 반짝이며 '열정'을 얘기한다. 김 대표는 맥주에 대한 열정을 차근차근 구체화시켰다. 하우스맥주 전문점을 차리고 나서는 맥주 맛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을 찾아 전문 브루마스터를 영입했다. 맥주를 제조하고 유통하기 위한 공장 부지를 찾는 데만 3~4년이 걸렸다.

"좋은 맥주를 만들려면 일단 좋은 물이 있어야 했거든요. 천연 암반수와 함께 독일산 최고급의 맥아를 이용해 풍미를 냅니다."

사진_류승희 기자사진_류승희 기자
◆ '정통 독일 맛' 마트서 '팔리는 맥주' 인기

그런 노력 때문인지 김 대표의 맥주는 까다로운 국세청의 시험도 통과했다. 맥주제조업의 제조시설 규모제한이 완화되면서 맥주제조에 대한 규제가 풀렸고, 세븐브로이가 맥주제조 일반면허 1호 자격을 딴 것이다.


함께 일하자는 사람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유통망이 된 홈플러스도 그중 하나다. 홈플러스에서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리는 맥주'가 됐고, 전국 각지의 주류매장과 식당에서 유통 문의가 쇄도했다. '돈 좀 벌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주세 때문이다. 현재의 주세는 1000만원어치를 팔면 490만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식이다. 높은 주세를 넘어 손익분기점에 달하려면 더 많이 맥주를 팔아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 유통망도 적고 판매물량도 한정되다보니 세븐브로이맥주는 더욱 힘겹다.

"남는 게 있어야 재투자를 할텐데요. 주세만 좀 낮춰주면 좋겠습니다. 하우스맥주는 이미 낮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거든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주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맥주의 다양성도 저해하는 일이고요."

보일 듯 말 듯 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자금 마련을 위해서 잘 나가던 외식 매장도 하나 둘 처분하고 있다.

"30년간 외식업으로 닦아온 경험 때문에 마른걸레 쥐어짜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일이 폼 잡다가 죽기 딱 좋은 일인 거 같아요. 새로운 맥주회사가 생겼다고 여기저기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니까 저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거죠."

자신이 만든 맥주를 마신 고객들이 "아 이거 내가 독일에서 마셨던 맥주 맛이야"라며 감탄사를 연발할 때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5명의 브루마스터를 위해서도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작년에 송년사로 장가보내준다고 했거든요. 남자들의 의리가 있죠. 꼭 성공해서 직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 프로필
1958년생/서울대 보건대학원 식품 및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서강대 영상대학원 SCL과정 수료/1998년 카리브 레스토랑(서울 강서구) 오픈/2003년 서울역 트레인스하우스맥주전문점 오픈/2011년 세븐브로이 설립(해방 이후 맥주제조 일반면허 1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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