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SC銀 파생거래 몰두…자금중개 외면

더벨 윤동희 기자 2013.03.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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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경영분석 2012년4Q]파생상품거래 중 SC銀 비중 30%넘어…가계·기업대출 지속축소

더벨|이 기사는 03월07일(12:3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파생상품 거래 집중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은 더 위축됐다.



한국 SC은행의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799조 원으로, 국내은행 전체 파생상품 거래(2650조 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SC의 거래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SC은행의 지난해 3분기 신용파생상품 거래 현황에 따르면 113개의 거래 중 16% 수준인 19개가 SC은행 싱가포르지점과의 거래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SC그룹의 설명이다.



SC그룹은 지난 5일(현지시각) 열린 IR 컨퍼런스에서 한국시장과 관련해 도매금융 부문의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SC그룹이 취급하는 도매금융은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 기업금융, 자기자본 투자 등이 있는데 한국 SC은행의 경우 대부분 파생상품 거래를 주업으로 삼는 트랜잭션뱅킹 부문에 치중돼 있다.

피터 샌즈 SC그룹 최고경영자(CEO)는 IR 컨퍼런스에서 "(도매금융) 네트워크 부문에서 지난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전반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파생상품 거래는 2007년부터 대폭 늘어났는데 한국 SC은행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3% 씩 파생상품 거래 규모를 늘리며 적극적으로 관련 영업을 확대해왔다.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국내은행이 평균 4%대 규모로 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SC은행은 전략적으로 파생상품 영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생상품거래

이에 비해 은행 본연의 역할인 자금중개 기능은 외면하고 있다. 한국 SC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은 작년 3분기 8조 8612억 원으로 2011년(8조 6369억 원)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0년(8조 1792억 원)과 비교하면 대출 잔액 자체가 줄었다. 과거 크게 늘렸던 가계대출도 대폭 줄였다. SC은행은 2011년 가계대출 규모를 4.86% 축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대출 규모를 줄였는데 지난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9.4% 감소했다. 2010년까지 연간 15% 이상 공격적으로 늘렸던 주택담보대출 역시 대폭 줄이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샌즈 CEO는 "한국시장에 전념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원하는 목표수치는 있지만 무리하게 달성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시장의 사회적 역풍(Headwind)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는 시장환경 때문에 익스포저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다. SC그룹이 판단한 성장 저해 요인은 국내에서 개인채무회생 신청이 늘고 있다는 점과 금융감독원이 내건 가계대출 연착륙 대비책 등이다.

SC그룹은 지난해 개인채무회생 신청이 늘어남에 따라 소매금융부문에서 대손(Loan impairment) 규모가 34%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룹은 올해에는 2012년보다 수익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행복기금 등 새정부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은행사업이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연착륙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들에 고정금리·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30%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SC은행의 고정금리식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9억 달러(약 5조 3145억 원)로 전체 여신의 30% 가량이다. 권고비율 자체는 우수하게 달성했지만 익스포저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치를 관리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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