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박준' 고소女, 공통점 '이곳'에서..

머니투데이 온라인이슈팀 2013.03.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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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인권보호센터, 女경찰관 상주 '상담·수사·치료'한번에

서울지방경창철은 지난해 8월 양천경찰서(영등포권)와 마포경찰서(서부권), 수서경찰서(강남권)에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해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News1  서울지방경창철은 지난해 8월 양천경찰서(영등포권)와 마포경찰서(서부권), 수서경찰서(강남권)에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해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News1


김모양(19)은 지난해 11월 술을 마신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김양의 상태를 확인한 후 인근 '성폭력 피해 인권보호센터'(이하 센터)로 안내했다.

센터의 여성 경찰관은 김양을 조사하기에 앞서 1시간 동안 안정부터 시켰다. 이어 김양을 진료실로 데려가 몸에 생긴 상처를 치료했고 정액과 모근을 채취해 성폭행 미수 증거를 수집했다.



여경은 아버지를 고소하고 싶다는 김양의 진술을 녹화한 후 고소장 접수까지 마무리해 관할 경찰서로 넘겼다. 여경은 김양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안내해줬다.

◇ 심리적 안정·인권보호가 최우선 목표



배우 박시후씨(35)와 유명 헤어디자이너 박준씨(62)의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들이 최초로 사건을 접수한 곳도 센터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시후를 고소한 연예인 지망생 A씨(22·여)와 박준씨를 고소한 여비서는 각각 가까운 경찰서의 센터로 안내받았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형사과가 아닌 센터로 안내하는 이유는 진술이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 경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서울 양천경찰서 센터의 한 여경은 "담당 형사가 남성이면 피해자가 경찰을 성폭력 가해자와 같은 남자로 보는 경향이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더 나아가서는 진술 과정 자체가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센터에는 여성 경찰관이 상주한다"고 설명했다.

센터에는 피해자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안정실이 있다. 여경은 "성폭행을 당하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놀라고 당황한다"며 "불안해 하는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고 진술은 그 다음이기 때문에 안정실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여성의 심리 상태는 '내가 왜 당했을까'라고 자책하며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과 피해 사실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것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면서 "각각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거나 쌓인 이야기를 먼저 들어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센터는 무엇보다도 피해 여성의 심리적 안정과 인권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센터"는 안정실을 마련해 피해자가 조사를 받기 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양천경찰서 제공)  News1"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센터"는 안정실을 마련해 피해자가 조사를 받기 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양천경찰서 제공) News1


◇ 상담·수사·심리치료까지 '한번에'

센터는 24시간 동안 피해자들이 신원 노출 없이 상담·수사·치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피해 여성에 따라서는 속기사와 법률조력인도 지원된다. 속기사는 표현력이 미숙한 지적장애인이나 19세 미만 청소년의 진술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고통스러웠던 피해 상황을 또다시 말해야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법률조력인은 피해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상담사는 사건 후 피해자 치료뿐 아니라 주변인 치료까지 담당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는 센터가 녹화한 피해자 진술을 넘겨받아 가해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이원화돼 있는 이유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나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피해자가 원할 경우에는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보호시설이나 쉼터, 병원으로 연결해준다.



성폭력 피해자만 센터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도 언제나 센터를 찾아 상담받을 수 있다.

◇ 개소 후 신고 건수 두배 증가…"전 경찰서로 확대해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8월 양천경찰서(영등포권)와 마포경찰서(서부권), 수서경찰서(강남권)에 센터를 신설했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경찰이 2차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비난을 반영해 확대 개소한 것이다.

3개 센터가 추가 설치된 후 성폭력 사건 신고 건수는 두배 가까이 늘었다. 센터가 개소한 지난해 8월30일을 기준으로 전후 100일 동안 접수된 신고 건수는 각각 689건과 1010건이다. 센터 개소 이후 신고 건수가 46.6% 증가한 것이다.

일선 경찰서 대신 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 신고를 꺼려하는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한 여경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역할과 기능이 커지고 있음에도 현재 센터 한곳에는 평균 4명의 여경이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전문 상담사는 낮에만 배치돼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명의 피해자들이 센터를 찾고 있다"며 "경찰서마다 센터가 들어서고 여경 인원이 늘어나면 피해자들에게 보다 나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개 센터가 개소되기 전에는 경찰병원,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등 기존 '원스톱지원센터(One-Stop Center)'와 노원경찰서에 위치한 '북부권 전담조사팀' 등 4개소만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했다.



이중 '북부권 전담조사팀'을 제외한 '원스톱지원센터(One-Stop Center)' 역시 피해자가 한 곳에서 상담부터 의료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복임 경찰병원 원스톱지원센터 팀장은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72시간 내에 증거를 채취하는 것"이라며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이러한 과정과 사후 심리치료, 법률지원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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