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신제윤과 '정치금융'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2013.03.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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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임태희 전 의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옛 재무부 사무관 시절부터 미래의 장관감으로 입에 오르내렸던 사람이다. 스마트한데다 추진력이 있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게다가 영어를 잘 하고, 하다못해 골프까지 잘 친다.

전임 김석동 위원장에 비해 카리스마는 좀 떨어지지만 치밀하고 정교하다.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으로서는 그런 점에서 더 적임자일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선임은 박근혜 정부의 잘 한 인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신제윤호의 금융위원회는 숙제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과 맞물려 있는 가계부채 해결과 국민행복기금으로 상징되는 서민금융 확대가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다 신 후보자도 언급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시급한 현안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조정 및 통합, 산업은행 민영화 등에 대해서도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들 외에 또 다른 현안이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노골화됐던 ‘금융의 정치화’ 또는 ‘정치금융’을 바로 잡는 일이다. 정치금융은 금융계 인사가 정치적으로 되는 것이며, 금융 현안들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정치금융이 심화되면 감독기관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금융권 수장들이 감독기관장 위에 군림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금융은 관치금융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금융이 규제산업임을 감안하면 관치금융은 최소 일부는 나름의 존립 근거와 정당성을 갖는다. 정치금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에서 입에 오르내렸던 이른바 ‘4대 천왕’은 정치금융의 극단적 표출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여러 차례 좌절된 이면에는 정치금융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KB금융의 잇단 M&A 실패와 혼선에도 정치금융이 버티고 있다.


산업은행의 위상이 지금처럼 추락하고,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영화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원인을 정치금융에서 찾는다면 지나칠까. 그 주역들이 모두 물러나긴 했지만 신한금융사태의 뿌리도 정치금융에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매일 수십 명 씩 금융위원회 앞에 몰려와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도 정치금융의 부산물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 문제와 관련, 금융의 정치화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속내를 일부 내비쳤다. 그는 오랜 재무관료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로 금융계 내부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다. 이것이 신 후보자의 본심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의지와도 부합하는 것이라면 망설일 까닭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정치금융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민영화라는 해법도 있지만 출발점도, 종착점도 모두 인사다. 결국 일부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거취문제로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나름 전문성도 있고, 재임기간 중 경영성과도 나쁘지 않았음을 들어 임기를 채우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KB금융처럼 정부지분이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지금의 ‘낙하산’을 제거하면 또 다른 ‘낙하산’만 내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이럴 경우 정치금융은 어떻게 되나. 금융이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왜곡되는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건 아닐까. 머리 좋고 치밀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앞에 놓인 큰 숙제고, 박근혜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걸 풀지 못하고선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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