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보다 잘 팔려요" B급 회사채의 역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3.03.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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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수익률 하락에 고금리 투자 매력 부각…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불티'

'B급' 회사채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저금리와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빚어낸 채권시장의 또 다른 단면이다.

"A급보다 잘 팔려요" B급 회사채의 역습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2개월간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의 장외거래 규모는 9093억원으로 지난해 11, 12월의 6346억원 보다 43.3% 늘었다. 회사채 전체 장외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로 지난해말보다 1%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대 중반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맴도는 등 A급 이상 우량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기등급 회사채에 손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9월 웅진홀딩스(신용등급 'A-')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이전보다 분위기가 뜨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발행시장에서도 B급 회사채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 (878원 ▼1 -0.11%)은 지난달 20, 21일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 위주로 진행한 1년6개월 만기의 900억원 규모 회사채 청약에서 4.16대 1의 경쟁률로 발행 물량 전량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참여기관이 한 곳도 없었지만 고금리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조건에 개인투자자의 투자수요가 대거 몰린 덕이다. 동양은 발행 후 9개월까지는 금리 7.60%,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에는 8.30%를 보장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삼척지역 복합화력 발전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기업 여건이 호전될 경우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6,340원 ▲50 +0.79%), 동부CNI (1,347원 ▲14 +1.05%)(BBB)등 동부그룹 계열사도 연초 7~8%대 고금리를 내세워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회사채 시장의 이런 변화가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더라도 자금난이 심각한 저신용등급 기업의 숨통을 잠시나마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급전이 아쉬운 기업 입장에서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얘기다.


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관계자는 "웅진홀딩스 트라우마로 'A급' 회사채도 줄줄이 미매각되거나 발행금리를 대거 높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B급'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2일 10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두산건설 (1,240원 0.0%)(BBB+)이 7.80%의 고금리를 내세워 개인투자자 모으기에 나선다. 전날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여기관이 예상대로 단 한 곳도 없었다.

동부건설 (4,795원 ▼5 -0.10%)(BBB, 8일 500억원), 이랜드월드(BBB+, 4일 300억원)도 발행이 완료되는 대로 인수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 대상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B급 회사채 시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 추가 강등이나 부도, 투자수요 급감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권사 채권부문 연구원은 "금리가 높은 데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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