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도서 유통 시장이 커진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2013.03.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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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서점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중고 서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헌책방’의 이야기가 아니다. ‘알라딘’으로 대표되는 신개념 중고 서점의 이야기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내방한 고객의 수가 꽤나 많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이는 수치로도 잘 나타나, 알라딘 중고 서점 종로점은 하루 평균 2천~3천 권 정도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기존의 ‘헌책방’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개업한 신촌지역 기존 헌책방의 매출이 30~40%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몇몇 헌책방들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그렇다면 최근 ‘알라딘’으로 대표되는 신개념 오프라인 중고 서점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헌책방’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개념 오프라인 중고 서점은 기존의 대형 소매서점과 별 차이가 없는 인테리어를 갖추고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헌책방의 인테리어를 생각해보자. 무수히 많은 책들로 인해 어두운 실내에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을 스스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

고객이 판매할 때는 어떠한가? 내가 판매하는 중고책의 단가에 대해 헌책방의 주인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어서 제대로 된 가격에 판 것이 맞는가 라는 걱정과 더불어, 어떤 책에 대해서는 매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헌책방까지 무거운 책을 들고 갔다가 헛걸음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반해 신개념 오프라인 중고 서점은, 검색PC가 마련되어 있고 종류별로 서가에 정리가 잘 되어있으며, 카드결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이 자신의 중고 서적을 판매할 때는 간단하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책의 제목 혹은 ISBN 번호를 입력하면 매입을 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매입을 한다면 얼마에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로 하여금 판매시의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신개념 오프라인 중고 서점과 헌책방간의 문제는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 빵집의 상황과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다.

알라딘은 중고 서적이라는 시장 자체가 커나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을 것이며, 헌책방을 이용하는 고객층과 자신들의 고객층은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헌책방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그들의 논리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그렇다면 헌책방들은 어떤 대응책을 써야 하는가? 우선, 경쟁자에 맞추어 외형적인 덩치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방안으로 각각의 헌책방들이 연합하여 소매상 협력형 조직(예컨대, 소매상 협동조합)을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큰 헌책방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연합하여 각각 헌책방들의 상호를 하나로 통일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도서 검색 서비스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존의 헌책방들이 아직까지 경쟁자에 비해 구하기 어려운 도서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고 이는 헌책방들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고 도서 유통 시장의 성장은 책을 즐겨 읽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분명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것의 혜택을 어느 한 쪽이 다 가져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중고 도서 유통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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