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생수광고 '물 올랐다'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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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커지는 물시장 광고전쟁

'백두산물' 지상파TV 광고 선공에 '한라산물'도 맞불 채비

올해부터 지상파 TV광고가 허용된 먹는 샘물시장의 광고전쟁이 뜨겁다.

먹는 샘물은 수돗물 우선정책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지상파 TV광고가 금지돼 왔다. TV광고를 허용할 경우 수돗물 공급정책에 반하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먹는 물 관리법 시행령' 중 TV광고 불허조항이 삭제된 후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수 광고가 가능해졌다.





가장 먼저 TV광고를 시작한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말 출시한 '백두산하늘샘'을 케이블방송에 먼저 광고한 데 이어 올 1월1일을 기해 지상파에도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짧은 광고 기간이었지만 제품의 시작을 알리는 효과적인 계기가 됐다.



농심 역시 새롭게 출시한 '백산수' 광고를 지상파 TV에 내보내고 있다. 건강과 장수를 콘셉트로 한 이 광고는 배우 유준상이 모델로 등장한다.

업계 1위 '삼다수'의 판권을 가진 광동제약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함께 광고 마케팅 여부를 협의 중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생수광고가 허용된 만큼 삼다수 역시 조만간 론칭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아무 물이나 마시던 것에서 브랜드별로 골라 마시는 시대이기 생수업계의 광고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백두산끼리…삼다수에 '맞불'

롯데칠성음료의 '백두산하늘샘'과 농심의 '백산수' 두 상품은 모두 출시 이전부터 여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삼다수가 독점했던 프리미엄 생수시장에 동시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농심은 2000억원 규모로 잘 키워놓은 삼다수의 판권을 빼앗기고 이를 설욕하고자 삼다수에 맞설만한 백산수를 내놨다. 롯데칠성도 프리미엄 생수시장을 노리고 백두산하늘샘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농심의 백산수와 롯데칠성의 백두산하늘샘은 취수원이 모두 백두산이라는 데서 정면대결을 벌일 조짐이다. 이 둘은 TV광고에서도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롯데칠성이 먼저 백두산하늘샘을 광고한 데 이어 농심 역시 백산수로 광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모두 백두산 화산암층을 통과하며 오랜 기간 자연정화된 물로 백두산이 주는 청정 자연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삼다수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인 천연 미네랄 역시 화산암반수로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에 함유된 실리카 성분이 타 생수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건강과 장수를 콘셉트로 잡았다"며 "모델 역시 '국민 남편'으로 꼽히는 배우 유준상씨를 기용해 세대 구분 없이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의 백두산하늘샘은 늦어도 4월 초부터 TV광고를 재개할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초에 했던 지상파 광고는 출시를 알리고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며 "아직 500ml짜리 소용량만 출시한 상태라 2L짜리 백두산하늘샘이 출시되면 본격적인 광고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다수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수입 생수와도 경쟁을 앞두고 있다"며 "민족영산인 백두산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범람하는 수입 생수와도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커지는 물시장 쟁탈전 '볼만'

생수시장 경쟁이 광고전쟁까지 옮겨온 것은 이 시장의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수시장 규모는 2007년 3900억원에서 매년 높은 성장을 거듭해 2012년에는 6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그 중 삼다수가 2000억원으로 1위를 지키고 있고 롯데칠성음료는 1000억원으로 2위다. 농심은 삼다수를 키워낸 저력으로 앞선 업체들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이미 전국에 유통망도 탄탄하게 갖춰놓았다.

업계 1위 삼다수를 가져간 광동제약은 축제 분위기다. 제주도개발공사와 판매권을 양분해 가져감으로써 농심만큼의 수익을 챙기기는 어렵겠지만 자사 전체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판매권을 나눠가졌기 때문에 유통망 역시 축소됐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대형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급 이상에 대한 판매를 담당하고 광동제약은 소매점으로 유통이 제한됐다.

광동제약 측은 "방방곡곡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제약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품질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다수 독식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점유율 한자릿수의 생수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의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는 '석수'와 '퓨리스'를 갖고 있고 탄산수인 '디아망'을 리뉴얼해 출시하는 등 시장 다각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원, 웅진식품, 풀무원, 해태음료, 한국코카콜라 등도 혼돈스런 생수시장을 틈타 성장기회를 엿보고 있다.

☞ 먹는 물 광고, 왜 못했나?

먹는 샘물 광고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케이블TV와 신문, 잡지 등으로 국한됐었다. 지난해 먹는 샘물 광고가 허용되기 이전까지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이미 생수소비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몇차례 이 규제를 풀려고 했으나 결국 지난해 국회 규제개혁위원회가 '먹는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함에 따라 광고가 가능하게 됐다.

광고업계는 광고 허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지상파에 생수 광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광고시장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물 광고에 대한 심의는 다른 식품에 견줘 매우 까다롭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물을 채취하는 수원지 정보 및 물 성분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심의를 통해 제재를 받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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