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밍요금 없앨까? 위기의 통신사 돌파구 '끙끙'

머니투데이 바르셀로나(스페인)=강미선 기자 2013.02.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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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2013]성장정체 속 요금제개편·로밍서비스 혁신·탈통신 등 고민

"통신 산업은 지금 굉장한 위기다. 새로운 길, 기회가 무엇이냐 하는 고민이 매우 크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3'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인 이번 MWC는 사상최대 규모로 그 어느 때 보다 외형이나 방문객이 화려해졌지만 통신사들이 직면한 위기의식은 역설적으로 더욱 깊어졌다는 게 곳곳에서 확인됐다.



유선 실적이 악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무선, 모바일분야에서도 수익이 줄고 있기 때문. 보다폰, 텔레포니카, AT&T, 차이나모바일 등 세계 정상급 통신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GSMA 임원회의(보드미팅)에서는 이같은 고민에 대해 논의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음성·문자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컸다.



양현미 CSO는 "GSMA에서 사업자들이 모여 요금을 결정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음성·문자 중심으로 매출이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들로 새 수익원이 결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미 열린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대에 어떻게 데이터 위주의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 음성·문자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먹거리를 창출할까 하는 고민이 많다는 얘기다.

GSMA 회의에 참석했던 김일영 KT 사장도 "데이터 이용 폭발로 투자가 늘면서 음성과 데이터의 원가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요금 역시 이에 맞춘 형태로 재조정돼야 한다는데 글로벌 통신사 CEO들이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밍요금 인하 등 국가 간 통신요금 장벽을 낮추는 것도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 로밍시 사업자간 비싼 접속료 및 통화료는 이용자에게는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여행객들이 비싼 로밍 음성통화나 유료문자 서비스를 주고받는 대신 카카오톡 등 무료 모바일메신저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이용하는 풍경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당장 로밍요금 문제에 대한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비싼 로밍요금이 소비자들을 소외시키는 장애물이지만, 유럽 등 여행·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국가의 경우에는 로밍요금이 비쌀수록 현지 사업자들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GSMA 관계자는 "유럽 국가 중에는 유럽 내 로밍 비용을 통일하거나 없애자고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컨센서스를 통일하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이 정체에 빠진 가운데 규제당국과의 힘겨루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고민거리다.

26일(현지시간) MWC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CEO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통신의 미래' 토론회에서 르네 오버만 도이치텔레콤 CEO는 "사업자가 더 많이 열심히 하려면 정부가 규제를 줄여야 한다(Do more, with less)"고 주장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기위해 2015년까지 가입비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기본료 1000원 이하 등으로 전 정부에서 규제압박을 받으며 매출이 많이 줄었던 터라 해외에서는 한국사업자를 규제 측면에서 가장 위협받는 기업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사가 맞닥뜨린 위기감이 큰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GSMA는 글로벌 이통사들과 함께 NFC(근거리 무선통신), 차세대 국제표준 메시지 서비스(RCS·Rich Communication Service) '조인'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MWC에서 GSMA는 NFC 체험 존을 대규모로 마련하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MWC에서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내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KT는 디지털음원 서비스 '지니', 유아용 로봇 '키봇2',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모카', 음식물 종량제 솔루션 '에코 빈 푸드' 등을 선보였고, SK텔레콤도 스마트 헬스 등 융복합 서비스를 대거 내놨다.

양현미 CSO는 "극심한 성장정체에 고전하고 있는 유럽의 통신사들은 한국 통신사들의 M&A(인수합병), 분사 등을 통한 다양한 시도와 변화하는 모습을 매우 놀라워한다"며 "통신사들이 DNA를 바꾸기 쉽지 않은데 한국 통신사들은 거의 빛의 속도로 빠르게 혁신하고 있어 그 성공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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