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소통 매개체로서의 영어

머니투데이 스캇 박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부문 글로벌 생산전략 및 TQM담당 중역 2013.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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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소통 매개체로서의 영어


지난해 10월 전 세계 54개국, 성인 170만 명을 상대로 한 영어능력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 평가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훌륭하지만 한국 성인들의 영어수준은 OECD 국가의 평균보다도 낮으며, 특히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는 서울의 영어능력은 같은 동양권인 도쿄나 싱가포르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과 고득점의 토익 점수가 취업에 필수적인 현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번 조사는 일상생활, 비즈니스 상황에서 효용가치가 있는 영어 사용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여전히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엇갈림을 종종 대면하게 된다. 오랫동안 한국을 포함하여 영어권의 다양한 문화를 동시에 접하고 있는 나로서는 직원들에게 '영어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 '영어로 소통'하도록 노력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우선, 영어는 소통의 매개체이며 한국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나의 언어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식 영어 교육은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닌, 기술적인 문법과 어휘의 틀 속에서 100점을 받아야 하는 핵심 과목 중 하나로 인식하게끔 압박한다. 따라서 영어 교육을 최소 10년 이상 의무적으로 받고 취업을 위해 높은 공인점수를 획득하였음에도 영어는 늘 한국 사람에게 어렵고 당황스러운 과제로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의 효용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영어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어는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영어에 대한 접근이 그리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영어는 언어의 일환으로 한 나라의 문화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담은 그릇이다.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점진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올바른 문법과 어휘를 사용하여 뜻을 정확히 전달하였다고 하여 영어권 사람들과의 소통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예를 들면, 미국 시트콤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영어의 Listening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깊이 뿌리박힌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상황인 만큼, 공적인 논의 대상에 대한 명확한 영어 표현만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이는 불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의 문화적, 사회적인 관심과 이해와 같은 인간적인 접근을 선행하는 것이야 말로 영어로 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효율성을 강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 기업인들과 개인적인 대화, 관계로 신뢰를 형성하고 이 또한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보는 한국 기업인들의 문화는 분명 다르다. 다른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점진적인 접근을 한다면 첨예한 협상 테이블에서도 전략적인 영어 소통이 가능하게 되도록 돕는다.


모국어가 아닌 제 2외국어로서인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사회에 발맞춘 효율적인 영어 사용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학습의 대상으로 수동적이고 이타적으로 배우게 되는 영어가 아닌, 소통의 도구이자 매개체인 영어로 접근한다면 훨씬 즐거운 배움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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