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휴게소 시대가 열린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2013.02.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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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는 그 동안 간단히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생활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수요가 창출되어 고속도로 휴게소가 바뀌고 있다.

막대한 양의 부채에 골머리를 썩던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민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기존에 금지됐던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한 것을 시발점으로, 2006년 이후 CJ 프레쉬웨이, 코오롱글로벌, 한화리조트, SK 에너지, SPC그룹, 풀무원 ECMD, 카페베네 등이 휴게소 사업에 진입하면서 휴게소의 차별화와 휴게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입지조건이 좋은 곳들을 중심으로 휴게소가 복합 쇼핑몰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가족, 연인단위 고객의 이목을 끌고 휴게소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각종 테마존을 조성하거나 문화시설을 설치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쟁적인 고속도로휴게소 진출은 국내 여행객 수의 꾸준한 증가와 다양한 계층에 대한 홍보효과, 나아가 골목상권의 포화와 대형마트 규제, 그리고 업종별 출점 규제 등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사업 민영화 초기에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하여 주로 중소업체가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공개입찰 참여를 허용하고 입찰 자격을 강화(인수보증금 100억 이상, 일정 매출액 이상)하면서 사실상 중소업체의 참여가 쉽지 않게 되었다.

또한 지난 5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형 외식업체에 대해 출점 규제를 했음에도 복합쇼핑몰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복합다중시설의 신상권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일찍이 민영화 이후 휴게소 내 외식점포의 현대화를 꾀하였다. 그러나 경쟁업체 및 고정 고객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질 낮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기존 업체에서 뚜렷한 특징을 가진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여 대기업에 밀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업체 중에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특색 있는 상품의 성과 사례는 앞으로 어떠한 업체나 점포도 차별적 경쟁력을 키워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경부고속도로에 위치한 안성휴게소의 ‘안성국밥’은 여행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인근 여행객이 일부러 해당 휴게소에 들를 정도로 집객효과가 있다.

또한 횡성의 찹스테이크(한우) 덮밥, 섬진강 휴게소의 청매실재첩 비빔밥 또한 2012년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기존의 중소업체와 개인사업체들의 상품과 서비스가 이와 같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출 때 정부의 개입 없이도 휴게소 상권이 대기업 및 대형 프랜차이즈에 잠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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