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자동차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2013.02.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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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벤츠, BMW자동차를 보는 것만해도 신기했고 수입 자동차의 주인을 부자로 여겼지만, 요즘은 현대, 기아자동차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한가지라고 여겨진다.

특히 2012년에는 수입 자동차의 해였다. 지난해 누적 판매대수(1~11월)는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2만195대를 기록했다. 2010년 총 판매량인 10만5037대를 이미 추월했고, 12월 판매실적을 합하면 13만 대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 자동차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


한국시장에서 수입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987년 첫 진출 이후 25년 만에 10%를 돌파했다.

수입 자동차 구매율이 높아진 이유로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은 재료비나 인건비 상승 등을 들어 매해 차 값을 올려왔고, 둘째는 수입 자동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수입 자동차 브랜드 벤츠는 올해 차 값을 지난해 대비 평균 0.9% 인상하기로 했다. 통상 해가 바뀔 때 1.5~2.0%까지 차 값을 올리던 것에 비해 인상폭을 낮췄고, 젊은 층에게서 인기가 높은 ‘GLK 클래스’의 경우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에서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승용차 5개 차종의 값을 한꺼번에 인하했다. 가격할인뿐 아니라 현금 계산 시 추가 할인, 주유권 지원 등 다양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편 장기간 경쟁력의 기반이 되어 준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함으로써 국내 자동차 기업에 대한 배신감과 푸대접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수입 자동차 소비 증가에 일조했다.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진작부터 소비자들은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일례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승용차 부식 피해 사례는 742건에 달했으며, 소비자원은 그 원인이 국내 자동차 제작사가 수출용 차량에는 내식성 향상을 위해 아연 도금을 쓰면서 내수용 차량에는 일부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유형의 주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각 나라의 환경조건과 안전기준에 맞추어 자동차의 안전기능을 조절한 것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자동차의 안전부품이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해명해왔다.

기업이 본질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 자체적으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품질 검사의 기준을 강화하여 국내 자동차도 수입 자동차 못지않게 안전하고 내구성이 좋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갖게 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국산 자동차를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격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가격경쟁의 결말은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봇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수입 자동차의 한국 진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 보다는 본질적인 자동차의 기능을 높이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끊임없는 자동차의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그 결과를 차별적으로 적용하여, 오랜 기간 성원해 준 국내 소비자들을 배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뿌리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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