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금 다 내고도 소유권이 없다?

머니위크 노재웅 기자 2013.03.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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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소송 사례로 살펴본 상가 분양 주의점

최근 부쩍 상가분양과 임대계약을 둘러싼 소송전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생긴 뒤로 보증금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이뤄지긴 했지만 허점이 악용될 소지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사에 한번 휘말리기 시작하면 법정비용은 물론 상가 운영에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밝혀진 사례를 토대로 상가투자와 관련한 여러 사항을 꼼꼼히 점검해보자.

유니클로의 ‘아시아 최대 매장’이 소송에서 패소해 자리를 빼야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유니클로·밀리오레·피맛골도 당했다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라고 자랑해 온 명동중앙점 매장을 비워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 5일 고모씨 등 14명이 유니클로 한국법인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상가는 본래 원고 측이 구좌분양을 받은 건물이었다. 구좌분양이란 주로 테마상가나 쇼핑몰을 분양하는 방법으로 분양 대상물의 층 및 건물 대부분의 점포가 크기와 모양이 거의 일률적으로 똑같이 구획돼 있고 층별로 점포 분양가격도 같은 경우, 호수를 구별하지 않더라도 점포의 크기와 분양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각각의 점포를 1구좌로 정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원고 측은 분양 이후 장사가 신통치 않자 관리단을 통해 전체 임대를 추진했다. 관리단은 2011년 2월 J사에 빌딩 전체를 임대해줬고, J사는 같은 해 3월 1~4층을 다시 유니클로에 재임대했다. 이후 유니클로의 인기로 상가는 활성화됐고 고정적인 임대료 수익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리단이 J사가 유니클로에 점포를 재임대한다는 사실에 대해 원고 측으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전대차 계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전대차 계약이란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으로, 임대인의 동의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니클로 역시 원고 측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계약해지로 매장을 비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그동안 구좌분양 형태로 공급됐던 테마쇼핑몰들이 유사한 분쟁에 휩싸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물 전체임대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가 동의를 해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대금을 완납하고도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지정계좌가 아닌 건설사 계좌로 분양대금을 납부했는데 건설사가 돈을 빼돌렸을 때가 그렇다.

재개발이 끝난 뒤 영업이 한창인 주상복합 상가 종로 르메이에르 일부 분양주들은 분양대금을 신탁사인 대한토지신탁에 납부하지 않고 건설사(르메이에르) 계좌로 납부했다. 하지만 돈을 받은 건설사가 대한토지신탁에 대금 일부만 납부하면서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했다.

분양을 받고도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대한토지신탁과 갈등을 빚는 입주자는 41명이며, 이들이 건설사에 분양대금으로 낸 돈은 256억원이다. 현재는 피해자 중 일부가 건설사와 대한토지신탁 등을 상대로 '소유권을 신탁사에서 분양자에게 이전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입지광고·특약은 '특히 조심'

롯데월드 지하상가는 건물주와 임차인 간 임대차계약 문제로 송사 중이다. 호텔롯데는 지하상가 임대매장 상인 18명을 상대로 점포를 비우라며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건물명도 청구소송을 냈다.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공사 등을 이유로 중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게 롯데월드 측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계약 당시 롯데가 임대차계약을 형식상 1년 단위로 맺지만 영업은 2015년까지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상가 건물의 조건을 과대 포장한 분양광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지금은 텅텅 비어버린 신촌 민자역사 내 신촌밀리오레가 그 경우다. 지난해 대법원은 신촌밀리오레 분양자 124명이 사업자 성창에프엔디에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분양 당시 광고를 살펴보면 사실과 다른 점이 상당하다. 일례로 '신촌 기차역에서 열차가 5~10분 간격으로 정차'라는 내용의 광고가 있었지만 열차는 1시간에 1회만 정차했을 뿐이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법이 독점상가·개발예정 등 과장 분양광고를 일정부분 묵인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권변화 예측과 개발호재의 진위 확인에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분양대금 납부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분상가 재임차를 통한 재분양 물건 등에서도 해당업체와의 적정임대료가 유지될 수 있는 임대차조건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짤막정리> 상가소송의 주요 원인 6가지

1. 소유자의 동의 없는 재임대
상가 임차인이 소유자의 동의 없이 다른 임차인을 들이게 되면 재임차인은 소유자에게 상가를 비워줘야 한다. 건물 전체를 임대하려고 할 때 '알박기'식으로 임대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임대계약 시 소유자가 아니라면 재임차 여부를 확인해 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해야 한다.

2. 특약사항의 오해
임대 계약서의 특약사항은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합의사항을 적는 곳이다. 꼭 지켜야할 사항이지만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영업권보장 등 쌍방간 다툼이 생길 소지가 있는 사안은 서로 확실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상표권 다툼
상호 중에는 '원조'라고 광고하는 간판들이 많다. 법원에서는 서비스표 권리자라도 상표법을 악용할 경우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서비스표 출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4. 허위·과장 광고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 법원에선 최근 과장광고를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로 인정해 분양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상가 투자자들이 광고문구만 믿을 것이 아니라 개발계획과 교통호재 등의 진위여부를 잘 챙겨야 한다.

5. 영원한 독점상권은 없다
아파트 상가의 경우 주변에 경쟁상권이 없는 게 매출상승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이라는 것은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택지개발지구는 주변 나대지 개발로 인한 상권의 변화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6. 분양대금을 지정계좌로 입금하지 않았을 때
분양계약 시에는 분양대금을 지정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이 분쟁의 경우 대부분 분양대금을 건설사 등이 받은 후 신탁사에 전달하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항상 분양대금을 납부할 때는 지정계좌를 한번 더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상가뉴스레이다 제공)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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