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NG그룹, KB금융과 14년만에 결별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3.02.14 18:24
글자크기

ING 보유분 5.02% 블록세일로 정리…1999년 이후 전략적 제휴 청산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가 14년 만에 KB금융지주 보유 지분 5.02%를 매각하고, 전략적 제휴관계를 사실상 청산한다.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포기로 제휴 관계가 정리될 수 있다던 전망이 현실화된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NG는 이날 BofA메릴린치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 KB금융 지분 블록세일 진행을 위한 수요예측(book building) 작업을 끝냈다. 메릴린치는 이날 장 마감 후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KB금융 주식 1940만1044주(5.02%)를 매각하기로 했고 거래 할인율은 0.7~1.4%로 설정됐다. 주당 3만7480원에서 3만7750원 사이에 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ING는 1999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옛 주택은행 지분 9.99%를 확보하면서 KB금융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했다. ING의 지분은 이후 KB금융이 금융지주사로 개편되면서 4%대로 줄었지만 2008년 KB금융지주가 출범하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5%대의 지분율을 유지했다. ING는 국민연금(7.22%)에 이어 2대 주주의 위치를 지켜온 셈이다.

KB금융은 보험업으로 커온 ING의 투자를 유치해 직원들을 네덜란드로 연수 보내는 등 지난 10여 년간 유무형의 산업적 노하우를 이전받았다. 은행과 보험이 연계된 방카슈랑스 기법을 도입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던 목적이다. ING와 같은 해외 금융업체를 안정적인 주주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ING는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CDO)으로 인해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으며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ING는 유럽연합(EU)의 요구에 의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아시아 보험 사업을 4개로 쪼개 모두 매각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ING가 국내 ING생명 한국법인을 M&A 시장에 내놓자 사실상 우선협상자 자격을 확보해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당초 100% 지분에 3조원 중반의 가격을 요구했던 ING는 KB금융과 협상 과정에서 매각 합의가격을 2조2000원까지 낮추며 거래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KB금융은 실무진이 협의한 가격을 이사회에서 부결시키며 지난해말 거래를 중단했다.

EU는 ING의 자구적인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구제금융 상환 시한을 올해 말에서 오는 201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ING는 이를 근거로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을 오는 3월부터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파트너십을 쌓았던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포기하자 전략적 제휴관계 유지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지분 매각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ING가 KB금융 지분 5.02% 매각에 성공하면 약 7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은 네덜란드 정부의 구제금융을 상환하는데 쓰인다. ING의 지분 매각으로 인해 상승세를 타던 KB금융 주가는 물량 부담으로 인해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ING의 지분 처리로 인해 우려되던 오버행 이슈는 사라지겠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한동안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