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하마. 그러니 당장 탈퇴 좀 시켜주라."
최근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는 국민연금 해지(탈퇴) 문의와 함께 항의하는 내용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지급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6일부터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이 화근이 됐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고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는 이들 중 기초부분이 20만원에 못 미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을 재정으로 채워주겠다"고 밝혔다.
◆'이제껏 낸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 직장인의 경우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강제성이다. 국민연금은 개인의 책임 하에 있던 노후·질병 등 생활의 위험을 모든 국민이 연대해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국가가 만든 제도다. 당연히 모든 국민이 가입대상이다. 현행법상 만 18세 이상 만 60세 미만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대부분의 사회보험제도는 강제가입을 채택하고 있다.
단 임의가입자라고 불리는 예외가 존재한다. 임의가입자의 해당조건은 ▲공적연금 가입자, 수급자(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직원연금) ▲기초생활 수급자 ▲국민연금 또는 공적연금 가입자(수급자)의 배우자 ▲만 27세 미만의 소득 없는 사람 등 4가지 경우다. 임의가입자는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면제된 사람으로,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국민연금에 가입하거나 탈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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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경우가 아닌데 직장을 다니다 퇴사했다면 납부예외 신청을 통해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단 탈퇴는 할 수 없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소득이 없어지더라도 국민연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될 순 없다는 뜻이다.
퇴사 후에는 지역가입자로 가입신고를 해야 한다. 소득이 없어 연금보험료 납부가 곤란할 경우 납부예외를 신청하면 소득 없는 기간 동안만 연금보험료가 면제된다.
정리하자면 국민연금 해지는 의무가입대상이 아닌 임의가입자만 가능하다. 의무가입대상인데 국민연금을 해지하고 싶다면 우선 다니던 직장부터 그만둬야 한다.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또 다른 조건이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전업주부, 공무원 등의 신분이어야 한다. 이민을 가도 국민연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임의가입자가 10년 이상 납부한 국민연금을 해지할 경우 연금으로 지급받으며, 10년 미만일 때는 60세에 일시금으로 지급받는다. 임의가입자의 자세한 해지 절차는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전자민원이나 상담전화를 통해 알아보면 된다.
◆"유행 따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임의가입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회사 보조금 없이 100% 자비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만약 임의가입자가 매달 최소납입금 8만9100원씩 10년을 납부하면 연금 수령시점에서 16만4800원을, 15년 납부 시 24만440원을, 20년 시 31만2670원을 각각 받게 된다. 연금을 가입하지 않아도 나라에서 20만원을 준다면 가입해서 얻는 연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올해 1월 기준으로 20만8888명이다. 2009년 말 3만6368명이었던 임의가입자수는 2011년 17만1138명으로 대폭 증가하더니 작년 2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증가세는 2011년 이후 다소 완화되는 추세다.
수는 적지만 탈퇴 움직임도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의가입자 중 약 70명이 탈퇴했으며, 문제가 집중 조명되기 시작한 올해 1월에는 약 120명가량이 탈퇴했다. 현재에도 해지 문의 및 신청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해지하겠다는 민원인들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국민연금을 해지하거나 가입을 꺼리는 행동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아직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와 관련된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은 자제하는 편이 옳다"며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추세에 맞춰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연금제도가 확립돼야 하며 재구성안도 그렇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연금을 내는 이들이 형평성 문제로 간접적인 피해를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