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증권업계, 'ETN' 도입 주력…감독당국 '불가'

더벨 송종호 기자 2013.02.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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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N은 ELS/DLS가 증시에 상장된 형태

더벨|이 기사는 02월06일(08:4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KRX)와 증권업계가 상장지수채권(ETN, Exchanged Traded Note)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파생상품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유로 ETN 도입 불가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거래소가 주축이 돼 증권회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ETN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가 자산운용사 수익모델이라면 ETN은 향후 증권사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의 경우 2009년을 기점으로 ETN 설정액과 상장 개수가 모두 증가하고 있고 연기금 등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어 우리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TN은 기초자산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상품(DLS)이 증시에 상장된 형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LS와 ELW의 활성화로 장기 변동성에 대한 기관 수요와 함께 KOSPI200 옵션을 바탕으로 한 개인 중심의 단기 변동성 수요도 존재한다"며 "우리 시장에서도 ETN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거래소는 이미 3년 전부터 업계와 ETN 도입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8월엔 TF를 가동시켰고 TF는 노무라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로 구성됐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인가 협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성과 불균형 우려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파생상품을 인가해주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은 균형 있는 발전을 하기보다는 한쪽에 치우친 상태"라며 "증권사 수익을 이유로 새로운 상품을 상장시킬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은 과열 가능성이 있고, 이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며 "현재 불균형적인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의 이 같은 입장을 돌리기 위해 증권업계는 고심이다. ETN이 다른 파생상품보다 안정적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금융위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N은 기초자산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구조"라며 "그동안 주요 파생상품들이 레버리지가 높았기 때문에 '파생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높았지만 ETN은 이를 불식시킬 만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어려운 증권업계 사정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도 무조건 규제만 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ETN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최대한 줄여나가면서 금융당국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거래소는 변동성지수(VKOSPI) 선물이 상장되면 ETN 도입도 상당히 진척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 상품 지수나 원자재 지수를 추적하는 ETN의 특성상 VKOSPI가 상장되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자산을 제3의 기관에 수탁하는 ETF와 달리 ETN은 증권사의 신용만으로 발행된다. 이런 까닭에 발행사인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ETN도 상장폐지돼 투자자가 원금까지 잃을 수 있다. 이점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증권사에 담보물을 설정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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