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죄인가' 중견기업에 족쇄채운 동반위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장시복 기자 2013.02.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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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 16개 업종 무더기 中企업종 지정..업계 "소송불사" 후폭풍 예고

편집자주 -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점포 축소" 직면..가맹점주 우려 현실로 -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공정위 규제이어 동반위 규제 이중고 - 카페베네 등 중견기업 제과업 진출 사실상 불가능 - 자수성가형 중견 외식프랜차이즈 무더기 포함 "새정부 중견기업 육성정책과 배치" - "스테이크 하우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골목상권과 무슨 상관?" - "같은 간식인데 왜 빵은 규제대상이고 햄버거, 피자, 치킨은 왜 빠졌지?" - 신청만 하면 지정 검토대상..중기업종 부적합해도 목소리 크면 된다?

'성장이 죄인가..왜 자수성가한 중견프랜차이즈까지 출점규제의 굴레를 써야하는가"

동반성장위원회가 5일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제과·외식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전격 지정함에 따라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위기감에 휩싸였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날 유장희 위원장 주재로 제21차 전체회의를 열고 제과·외식업종을 포함, 서비스업 14개 업종과 제조업 2개 업종 등 모두 16개 업종을 무더기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제빵 프랜차이즈업종은 공정거래위원회 모범거래기준에 이어 동반위 사업자제 권고라는 이중고를 맞이하게 됐다. 파리바게뜨(SPC그룹)와 뚜레쥬르(CJ푸드빌) 등 대기업 제과업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사실상 '사업축소'결정으로 보고 반발했다.



음식업종 프랜차이즈의 경우 국내 프랜차이즈산업 중 가장 업체수가 많고, 사업규모가 커 이들이 더 이상 신규출점을 하지 못할 경우 국내 프랜차이즈 전반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자수성가형 중견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단지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도 나왔다.

또 치킨, 피자, 햄버거 가게는 신청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업종 지정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기준의 일관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점포 줄이란 얘기"〓 이날 동반위 결정에 따라 제빵 프랜차이즈 1,2위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기존 동네빵집과 도보기준 500m 이내에서 매년 전년도말 점포수의 2% 이내 범위에서 가맹점 신설만 `권고'됐다. 말이 권고지 강제사항이나 다름없다는 일반적 평가다.

이에 대해 양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전국에 개인제과점이 1만여개나 있는데 500m 거리제한은 사실상 출점 금지와 다름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동반위는 기존 가맹점주가 개인사정이나 건물사정으로 폐업하거나 인근 건물로 이전할 경우 예외를 허용했지만 기존 공정거래 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의해 사실상 이같은 기회조차도 없어졌다는 게 파리바게뜨 등의 설명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160개, 뚜레쥬르는 128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매년 자연 폐점이 60여개 매장이나 되고, 재출점이나 이전 매장도 100개 정도 나오는데 160개 매장을 그대로 문 닫으라는 것은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에 해당된다"고 반발했다. 이는 기존 파라바게뜨 가맹점주들이 본사 사세가 위축되며 지원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한 대목이다.


◇카페베네 등 중견기업 제과점 진출 불가능〓 동반위의 이번 결정으로 카페베네 같은 중견기업들의 베이커리 시장 진출도 가로 막힐 전망이다. 카페베네는 국내에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출점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 제과점업을 신규 사업으로 삼고 최근 기존 제과점인 마인츠돔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카페베네는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조건(상시근로자 200명 이하 또는 연매출액 200억 이하)에 해당되지 않아 제과업이 여의치 않게 됐다. 상시근로자수가 800명을 넘고 연 매출도 16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동반위가 인수합병을 통한 신규 진입을 막은 것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반위가 국내 음식점업 프랜차이즈를 인수해서 해당 사업에 신규 진출하는 것을 막으면 국내 기업은 매물로 나오는 어떤 기업도 인수할 수 없다"며 "뒤집어 보면 외국계 사모펀드 같은 외국 자본만이 해당 음식점업 프랜차이즈를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1월 외국계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는 토종 음식점업 프랜차이즈인 놀부NBG를 인수한 바 있다.

◇자수성가형 중견 외식프랜차이즈 무더기로 중기업종 지정〓 이날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음식점업은 크게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외 기타 음식점업 등 7개 업종이다. 동반위는 이들 업종 모두에 대해 대기업(중소기업기본법 상 중소기업 이외의 모든 기업)의 `확장 자제' 및 `진입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CJ푸드빌과 이랜드파크 같은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놀부NBG와 더본코리아(새마을식당 운영) 같은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등이 지정 대상에 들어갔다. 비빔밥 전문점부터 삼겹살 전문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패밀리 레스토랑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특히 이들 속에는 자수성가형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기업활동 위축도 우려된다.

중소기업기준법상 `상시 근로자 200인 미만이거나 연 매출액 200억원 이하'기업이 중소기업이란 정의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곧 들어설 박근혜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정책과 배치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반위의 이날 권고 발표로 앞으로 이들 업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새롭게 진출할 수 없고 2012년12월말 기준으로 동결해야 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이날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적합업종 지정결과와 관련해 "적합업종 지정이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견련 측은 "제과업과 관련해 동네빵집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적용대상을 정하는데 명확한 기준 없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혼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식업중앙회 허가받고 신규 출점 해라?〓 동반위는 신도시나 역세권, 신상권, 복합다중시설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이들 음식업종 프랜차이즈가 신규 출점을 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그러나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나중에 따로 정하기로 해 시비가 예상된다.

동반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사실상 음식업종 프랜차이즈는 중소 음식점업 대표단체인 외식업중앙회의 사전 동의를 받은 뒤 신규 출점을 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업 음식점업 프랜차이즈가 신규 출점을 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외식업중앙회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기본법 상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는 음식업종 프랜차이즈는 무조건 도매급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프랜차이즈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며 "사장 스스로가 1호점을 내고 지금의 프랜차이즈업체로 키워왔는데 이런 기업까지 신규출점을 막는다면 누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업종은 골목 상권 음식점과 크게 경쟁하지도 않는데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신규 출점을 하지말라고 한다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햄버거, 치킨, 피자는 왜 빠졌지? 〓 이번 결정에서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영위하는 햄버거와 피자, 치킨프랜차이즈는 빠졌다. 현 제도상으로는 해당 업종 이해단체가 적합업종 신청을 해야 동반성장위가 수용해 지정 검토 대상으로 삼는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중기업종이 적합한지 의문이 있어도 목소리만 크면 지정대상이 될 수 있다. 중기업종이 전문적인 실사와 데이터가 아닌 여론에 휘둘리게 된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빵이나 분식, 피자, 치킨, 햄버거 등은 모두 간식으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이라며 "그런데도 빵은 안되고 피자, 치킨, 햄버거는 된다고 하면 누가 이런 결정을 따르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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