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하면 뺏기는 보안업체 "키워서 써보자"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3.02.1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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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금융권로 몰리는 경력자…보안업체 "예비 전문가 길러서 극복"

쓸만하면 뺏기는 보안업체 "키워서 써보자"


최근 몇 년간 DDos(분산서비스 거부), 개인정보 유출 등 크고 작은 보안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안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금융사 IT보안강화 종합대책, 대기업 보안강화 등에 금융권이나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보안인력을 대거 흡수해가면서 보안업체는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2~3년 열심히 전문 인력으로 길러서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로 파견을 보내면 업무가 끝날 때쯤 해당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솔직히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만큼 처우를 해줄 수 없는 형편에서 고이 보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체도 "지난해 대거 인력충원이 있었다"며 "최근 보안업체의 채용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빠져나가는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력자들을 놓고는 서로 뺏고 뺏기는 '인력전쟁'을 하고 있다. 한 보안 전문 업체는 "경력자에 대해서는 상시채용 체제"라며 "내부직원이 경력자를 섭외해 올 때마다 상당한 액수의 성과급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학교·기관과 연계해 연수생제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비' 보안인재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정보보안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져 전체인력풀이 넓어지면 그만큼 인력난도 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안랩은 지난달 28일 2013년도 상반기 인턴사원 및 연수생 모집 서류전형을 마감했다. 6개월간의 과정을 마친 인턴 중 성적우수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대학연수생들에게는 6개월 동안 연구원들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실무를 체험하면서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수생 과정을 마치고 안랩에 지원할 경우 채용에 우대도 받을 수 있다.


SK인포섹은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과 협약을 맺고 정보보안 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1년 11명, 지난해에는 48명을 채용했다. 연세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여대, 아주대 등 주요대학을 비롯해 정보보안특성화고등학교인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와도 산학협력을 맺고 있다.

이 같은 산학연 협력으로 보안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보안업계 최초로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충남대학교와 연계해 지난 2011년부터 10여 명의 재학생을 선발, 대전 본사에서 'The 잠들지 않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1년 간 인턴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5명의 인턴사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추가로 5명 가량을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이스트소프트와 윈스테크넷 등 주요 업체들도 한양대, 경희대 등과 산학협력을 맺고 방학기간 학생들을 인턴으로 모집한다. 업체 각 분야에서 실무체험을 해보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채용으로 곧 이어지는 분위기가 활발하다.

정부도 보안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008년부터 기업과 대학을 연계해 지식정보 보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선발된 신입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며 졸업 후에는 참여기업이 100% 고용하게 된다.

올해도 작년 수준인 약 20억원의 예산으로 75명 내외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도 최근 이공계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정보보안 전문연수를 실시하고, 관련 업계로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참여할 보안업체의 참여 신청을 받고 있는 단계다.



KISIA 관계자는 "그동안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위주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나 업계 재직자를 위한 경력양성 과정을 위주로 운영해왔지만 실제 기업의 채용과 직결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사업을 준비해왔고 올해는 실제로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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