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교수 “DMZ, 155마일? 148마일이 정확”

뉴스1 제공 2013.02.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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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국내 TV 다큐멘터리, 신문·잡지의 DMZ·휴전선 철책 여행기 등을 보면 주로 ‘155마일 비무장지대를 가다’, ‘155마일 철책으로 나뉜 남과 북’ 등으로 표현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비무장지대는 148마일입니다.”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전문가인 김창환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비무장지대 또는 휴전선의 수식어 가운데 하나인 ‘155마일’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며 “DMZ의 길이는 148마일, 즉 238㎞”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155마일은 249㎞이며, 이는 군사분계선 길이를 말한다. 이 때문에 비무장지대와 철책선이라고 하면 155마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됐다.

군사분계선은 DMZ 내 육지구간에만 설치된 것으로 파주 임진강 하구부터 강원도 고성 명파리까지 약 200m 간격으로 1.5m 높이의 표지말뚝 1292개가 세워져 남과 북을 가르고 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이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155마일로 알고 있고 그동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강원도DMZ지질공원조성사업단장과 강원대DMZ헬프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는 김 교수는 10여년 전 군사분계선이 155마일이라는데 의문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 연구한 DMZ 관련기록에는 155마일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본격적으로 군사분계선 길이를 측정하는 일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비무장지대를 직접 들어가 군사분계선의 수치를 잰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위성사진과 한국·북한·러시아의 지도를 동원했다”며 “또 외국의 DMZ 연구사례를 수집했고 GIS 항측시스템 등 첨단측정법을 이용해 군사분계선 길이를 측정해보니 정확히 148마일, 즉 238㎞였다”고 밝혔다.

외국에서 연구한 사례를 비교하면 김 교수의 주장은 매우 신빙성이 높고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다.

그는 “전세계 지리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도 한국의 DMZ를 148마일이라고 표기하고 있다”며 “영국, 미국 등에서도 군사분계선 길이를 148마일로 측정했고 외국에서는 155마일이라는 표현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일러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03년 7월호다.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한국의 DMZ : 위험한 나누기’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는 ‘한반도를 둘로 나누고 있는 148마일의 휴전선’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김 교수의 설명 그대로였다.

이 기사는 지금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판(ngm.nationalgeographic.com/features/world/asia/north-korea/dmz-text/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역시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148마일로 측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DMZ의 당사국인 우리나라에서만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155마일로 잘못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55마일로 잘못 표현하게 된 유래를 정확히 찾아내지는 못했다”며 “그런데 6·25 전쟁 휴전 당시와 그 이후 정황을 종합해보면 휴전 직후 미군이 군사분계선 길이를 155마일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한 게 지금까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휴전 당시 한미 양국 모두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지는 않았고 지도에 그려진 휴전선을 눈짐작으로 155마일 정도로 추측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155마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이는 하루빨리 수정돼야 하고 155마일이라는 영어권식 표기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는 미터법인 238㎞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 등 국방당국에 군사분계선의 길이 표현 정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는 못했다”며 “올해는 정부와 학계에 군사분계선이 148마일, 238㎞라는 사실을 정확히 표현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길이조차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다면 외국에 DMZ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잘못된 상식은 바로 잡아야 하고 언론보도를 비롯한 정부와 학계의 자료도 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DMZ 연구를 시작하면서 거리를 가장 먼저 연구했고 그 결과 군사분계선 길이가 238㎞라는 결과를 내놨지만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정전 60주년인데 이를 계기로 군사분계선 거리를 정확히 238㎞로 사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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