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써즈·매드스마트·우아한형제들 등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대표기업들을 육성하며 '스타트업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른 본엔젤스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오히려 실패를 얘기했다.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장 대표는 자신의 대표 투자성공 기업인 엔써즈의 김길연 대표를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는 2000년 SW기반 스타트업 'SL2'를 창업했지만 혹독한 실패를 거뒀다.
창업 이후 장 대표와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인력 수급부터 재무, 홍보, 인수합병 지원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국 2011년 12월 엔써즈는 KT에 450억원에 인수됐다.
장 대표는 "엔써즈라고 하면 벤처업계에서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김 대표는 2000년에 시작한 도전이 11년만에 결실을 거둔 사례"라고 말했다. 11년 동안 수없이 겪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승화시켰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청년창업 일부, 화려함만 있고 영혼 없어" 우려
그는 "최근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젋은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가 거창한 사업 아이템과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그럴 듯한 이론을 앞세우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도전의 목적과 그 과정에 대한 고민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단기간에 큰돈을 벌수 있다는 달콤한 열매에만 매달리는 일부 창업자들 가운데 왜 창업을 하는지 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장 대표 역시 최근에 뼈저린 실패를 맛봤다.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테라가 그 주인공이다. 장 대표는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을 설립,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서비스 초기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용자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점차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장 대표는 미국 등 해외진출 국가를 수차례 오가며 해외시장에서의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해외성과도 기대에는 밀리지 못했다.
◇"블루홀, 시행착오 자산으로 차기 서비스 성공 가능성"
하지만 블루홀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일본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 이용자들의 특성에 맞는 현지형 서비스로 호응을 받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전면무료화라는 강수를 뒀다. 그결과 게임의 동시접속자와 신규가입자 수가 각각 6배, 20배 늘었다. 지난해 마지막주 점유율 순위도 13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말(24위)에서 11계단이나 상승한 것.(게임트릭스)
장 대표는 "테라의 개발 및 서비스 과정에서 블루홀 구성원들은 큰 경험을 쌓았으며 이는 후속작을 진행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테라의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결국 무료 서비스로 나갈 것"이라며 "최근 국내에서의 무료 서비스 경험이 중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장 대표는 본엔젤스의 투자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본엔젤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성공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본엔젤스의 투자 및 지원을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엔젤스, 투자 제1 명제는 '사람'
↑장 대표는 본엔젤스의 투자결정시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사람'을 꼽았다.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진행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처음에 만나서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처음에 제시한 사업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업 아이템을 내놓는 것도 사람이고 이를 시행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본엔젤스가 가장 앞서 챙기는 투자대상 정보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 팀을 꾸렸는지'다.
아울러 '일관성' 있는 팀에 높은 점수를 준다. 장 대표는 "창업자는 상황과 변화에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관성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관성 있는 사람이 합리적으로 사회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본엔젤스는 해당 투자 대상기업과 수개월 동안 최소한 3회 이상의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한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수도 없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신뢰가 생겨야 투자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투자에 이르기까지 1년6개월을 교류한 한 곳도 있다. 장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세월을 낚는 작업'이라고 비유했다. 투자를 결정하고도 해당 기업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되고 상장으로 방향을 잡으면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투자를 진행하는데 조급해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소요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장 대표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성공도 거뒀지만, 사실 이제 막 태동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업 성공확률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다만 그 기업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판단으로 투자를 진행하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동창업'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본엔젤스는 1인창업에 단 한 차례도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는 "성격이 다르거나 각각 특기가 다른 2명 이상이 만나 팀을 이루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독단이 아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의견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큰 경험이 되고 잘 다져진 팀웍은 최고의 무기"라고 설명했다.
장병규 대표는···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2005년 네오위즈를 떠나 검색전문기업 '첫눈'을 창립, 2006년 NHN에 이 회사를 350억원에 매각하며 국내 최초의 매머드급 스타트업 매각성공 사례를 남겼다.
이후 개인 자격으로 일부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윙버스·미투데이·엔써즈 등 굵직한 서비스의 성공을 지원했다. 2007년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4월부터는 갓 탄생한 스마트업들을 지원하는 초기 VC(벤처투자사) 본엔젤스를 창립해 매드스마트·우아한형제들·스픽케어·그레이삭스·북잼·나인플라바 등 총 14개의 스타트업에 약 50억원을 투자, 국내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