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입찰, 담합·예산낭비 온상인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1.30 16:37
글자크기
턴키 입찰, 담합·예산낭비 온상인가?


 지난 17일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특히 4대강 사업이 턴키(설계·시공 일괄)공사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찰 담합과 1조원에 육박하는 예산 낭비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조성된 가든파이브나 서울 지하철 9호선 등도 턴키로 추진하면서 예산을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계약하는 방식으로 공사기간 단축, 책임 소재 일원화 등의 장점이 있어 그동안 지하철공사, 도로공사, 대형건물 등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최저가입찰 방식에 비해 예산이 많이 들고 입찰 참여 건설사간 담합, 뇌물수수, 심의위원 로비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대형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4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관행적으로 적용돼온 턴키 발주를 공공기관 최초로 중단키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 턴키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기업들을 조사해 놓고도 늑장 발표와 함께 과징금을 축소했다며 담합과 부실설계를 불러온 턴키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토부 "예산낭비 아니다"…턴키 등 기술형 입찰은 '시대 흐름'
 하지만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는 담합고리를 끊겠다고 턴키 발주 자체를 없애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30일 자료를 내고 턴키입찰은 예산 낭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건설기술연구원이 2009년 1월 이후 준공된 94건의 턴키사업에 대해 준공시점에서의 실제 투입된 예산과 준공시설물의 품질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 계약시 턴키의 평균 낙찰률은 91%이었으나 준공 기준 낙찰률은 84.6%로 계약대비 6.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최저가낙찰 비중을 줄이고 턴키 등 기술형 입찰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형 입찰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고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제안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은 2000년 최저가를 폐지하고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했고 일본은 2005년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 2009년 이후 공공공사 99%에 적용하고 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건설업계도 공공공사 부문에서 턴키방식을 없애고 최저가낙찰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를 통한 건설사간 출혈수주로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업계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합리적 개선방안을 찾아야 함에도 발주 방식 자체를 건드리는 것은 건설업계를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턴키의 대안은 최저가낙찰제?
 최저가낙찰제는 공공공사에서 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낸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저가낙찰제가 본격 시행된 시점은 2001년부터다. 예산절감 차원에선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최저가 공사의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은 평균 70% 수준을 넘지 못한다. 낙찰률이 90%를 웃도는 턴키공사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기술력이나 시공능력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덤핑수주'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한 중견 건설기업 임원은 "갈수록 공사 물량은 줄고 있음에도 연간 수주 목표를 채우려면 낮은 가격의 덤핑으로라도 공사를 따내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같은 덤핑수주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예산이 절감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수·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까지 벌어진다.

 게다가 저가 수주경쟁으로 공사 현장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턴키가 아닌 설계·시공 분리입찰 방식도 최저가낙찰제처럼 예산 절감과 객관적 심사가 가능하지만 잦은 설계변경과 책임시비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일어 왔다.

 그렇다면 외국 사례처럼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최고가치낙찰제'와 가격을 먼저 살펴본 후 계약이행 능력을 따져보는 '투스테이지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턴키를 문제시하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담합비리·로비 등"이라며 "발주방식을 어느 한가지로 정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다양화해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의 도덕성·공헌도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