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산증인' 손열호 TCC동양 명예회장 별세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01.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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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주석도금강판 1962년 국산화 성공..생산기술 제조설비 국산화에 기여

철강산업 '산증인' 손열호 TCC동양 명예회장 별세


국내 철강산업의 원로이자 산증인인 우석(友石) 손열호 TCC동양(옛 동양석판) 명예회장(사진)이 지난 27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1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고(故) 손 명예회장은 국내 '석판사업의 개척자'다. 6.25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철강제조업에 뛰어든 손 명예회장은 1959년 '동양석판'을 설립하고 국내 처음으로 식자재 금속 포장재인 석도강판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석도강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석도강판'은 '주석도금강판'의 줄임말로 주로 음료수, 통조림 등 식품용기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며 에어졸, 페인트관 같은 산업용기로도 쓰인다.

창업 3년 만인 1962년 자체 생산을 통한 '국산화'에 처음으로 성공했고 "우리 손으로 해낸 것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으로 석도강판의 생산뿐 아니라 생산기술과 제조설비의 국산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현대화된 연속 전기석도금, 아연도금강판, 전기동도금강판 등의 기술도 국산화했다. 1966년에는 일본에서 도입한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노력을 통해 TCC동양 스스로 도금기 2대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TCC동양도 꾸준히 성장해 '세계적인 표면처리강판 전문 회사'로 거듭났다. TCC동양은 현재 동남아, 미국, 일본, 유럽, 남미, 중동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손 명예회장이 생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이었다. "경영자가 아닌 사원들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주인공"이란 생각에서다. TCC동양 관계자는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은 손 명예회장은 사원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심어주고 싶어 했다"며 "사내교육에 힘쓰고 직원들의 해외 연수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1976년 우석문화재단을 설립해 재능은 있지만 뜻을 펼치지 못했던 이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88년에 손봉락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난 손 명예회장은 정책자문과 설비투자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교육과 사회공헌 사업도 꾸준히 펼쳐 왔다.

1982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하고 1984년에는 독일 쉴러 인터내셔널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는 새마을 훈장 협동장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3층 1호실), 발인은 29일이다. TCC동양 지하 1층 아트홀에서 29일 오전 8시 영결식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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