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주선능력 없이 딜 따던 시대 끝났다

더벨 황철 기자 2013.01.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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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house survey]우리·한국證 호실적, 기업이 실력 인정…BB·DD 효과도 '인정'

더벨|이 기사는 01월24일(09:3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확실히 달라졌다. 발행사가 증권업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다. IB들이 영업에 임하는 자세도 변했다.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은 분명 회사채 시장의 구도를 돌려놓았다.

주관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기업은 조달 파트너로 삼을 증권사 선정에 한층 신중해졌다. IB 역시 더 이상 인정 따위에 호소하며 저(低)마진 덤핑영업으로 발행사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주요 발행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관사 인식조사' 결과는 이같은 변화를 여실히 증명했다. 발행사가 평가한 주선능력과 실적이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 과거처럼 막강한 실력파가 영업에서 소외되거나 능력 없이도 리그테이블 상단에 위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채 시장 선진화 방안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실사·수요예측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미진하지만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답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맞는 금리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한된 소수 투자자에 의한 우량 회사채 편중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 우리투자증권, 12개 항목 중 9개 부문 "최고"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독주에는 이유가 있었다. 발행사가 꼽은 최고의 주선능력을 갖춘 IB가 바로 이들이었다. 양 증권사는 2012년 부채자본시장(Debt Capital Market)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이룬 장본인이다.

표1 수정

우리투자증권은 수년간 회사채 본류라 할 일반기업 채권(SB) 부문에서만큼은 선두를 놓친 적이 거의 없는 IB다. SB는 기업실사·수요예측의 직접적 타깃이기도 했다. 제도 도입 초기 대부분의 IB가 눈치 보기에 나서며 영업을 잠정중단했을 때도 초우량 대기업을 설득해 선진화 방안 정착의 근간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 2012년 발행사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리그테이블 SB 대표주관 부문을 석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발행사로부터 받은 주관사 능력도 사실상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12개 평가 항목 중 9개 부문에서 1위로 꼽히며 최고 IB로서의 위세를 과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 모집 △프라이싱 △도큐멘테이션 △양질의 인력 △조직간 시너지 △마켓메이킹에 이어 △종합능력(최고의 주관사)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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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추가된 바뀐 제도하에서의 △기업실사 △수요예측 능력 역시 2위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며 최고로 뽑혔다. △인수능력과 △커버리지에서도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

막강한 자본력은 물론 인적자원, 조직구성, 딜 수행능력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점을 발행사로부터 인정받았다. 커버리지(Coverage), 엑시큐션(Execution), 신디케이션(Syndication)이 가장 조화로운 조직이라는 점을 정량적·정성적 결과로 모두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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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역시 못지않은 성취를 이룬 한해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정상급 IB의 능력을 갖췄지만 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 등 쟁쟁한 경쟁사에 밀려 '톱 클래스'로 보기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게 대체적 평이었다. 하지만 2012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국내 채권 대표주관·인수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베스트 본드 하우스(Best bond house)로서 손색없는 실적을 쌓았다. SB 대표주관 실적 2위, 인수 부문에선 우리투자증권마저 제치고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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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능력도 한 단계 높아졌다는 것을 발행사로부터 인정받았다. 인수능력과 정보제공, 커버리지 능력은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고 나머지 대부분 항목에서도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조사 때만 해도 대우·우리·삼성증권에 이어 네번째로 꼽혀 사실상의 중위권에 머물렀다. 점수로 따지면 선두 대우증권(1682점)의 절반(886점) 정도로 격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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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증권, 인수능력·커버리지 "good"

주관사 인식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켰던 대우증권은 세가 약해졌다. 실적이 주춤한만큼 발행사의 인지도 역시 다소 떨어졌다. 대우증권은 12개 항목 중 단 한 부문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대우증권은 2012년 1월 인식 조사 때 11개 항목 중 10개 항목을 석권했고, 6개월전 평가에서도 여전히 선두를 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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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의 2012년 SB 대표주관 실적은 우리·KB·한국투자증권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수요예측 도입 이후 과열된 시장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 등 새로운 수익처 발굴에 힘을 분배한 결과였다.

KB투자증권이 뒤를 이어 4위에 올랐다. 3위 대우증권과 달리 자축할 만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KB투자증권은 수년간 실적으만 보면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발행사가 꼽은 주관사 능력 면에서는 매번 중하위를 오갔다. 2012년 1월 주관사 인식조사에서 10개사 중 7위, 7월 평가 때도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표7(수정)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신한·동양·현대증권 등 대형사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3위 대우증권(774점)과 총점(490점)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만 과거 대비 상당히 인식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KB투자증권은 2012년 SB 대표주관 부문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표8 재수정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사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은 증권사로 꼽혔다.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져 베스트 이노버티브 본드 하우스(Best innovative Bond house)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주관사 인식 조사에서 6위를 기록하며 10개사 중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인식이 좋아졌다.

◇ 대우증권 주춤, 삼성증권 실적따라 하락

회사채 영업에서 힘을 뺀 삼성증권은 주선 능력면에서도 발행사에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2011년 SB 대표주관 3위에 오르며 잠재력을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표주관 8위에 머물며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회사 차원에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웰스메니지먼트(WM) 영업으로 전략적 중심을 옮긴 영향이었다. 회사채에서 해외채, 국채 등 공략 대상을 바꿨다. 연초 조직개편 이후 원화채 영업에 대한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SK증권도 발행제도 개편 이후 예전만큼 영업실적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IB다. 발행사 평가에서도 10개 증권사 중 9위에 머물렀다. SK증권의 2012년 SB 대표주관 순위는 7위를 나타냈다.

◇ DCM house Survey,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국내 채권자본시장(DCM) 주관사 인식 조사는 2012년 1년간 회사채를 발행한 주요 대기업 중 신용등급별로 총 25개 이슈어를 선별해 실시했습니다.

조사는 딜(deal)을 맡기는 기업의 담당자가 1) 각 투자은행(IB)의 능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2) 어떤 기준으로 투자은행을 선정하는지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회사채 시장에 새롭게 도입된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에 대한 발행사의 인식도 조사했습니다.

1월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이메일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인식도 조사 대상 투자은행(IB)은 상반기 더벨 국내채권 대표주관 순위 10위 이내(대우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 KB투자증권, SK증권)로 제한했습니다. 순위별로 공란을 비워두거나 설문응답 기업 임의로 10위권 밖의 하우스를 선택한 경우 부득이 '무응답'으로 분류했습니다.

조사는 회사채 발행 주관능력, 주관사 선정기준, 발행시장 인식조사 등 3가지로 나눠 이뤄졌습니다.

회사채 발행 주관능력은 △투자자 모집 △프라이싱 △자체 인수 △수요예측 △기업실사 △도큐멘테이션 △투자 정보제공 △커버리지 △맨파워 △조직간 시너지 △마켓 메이킹 능력 △종합 능력을 평가했습니다.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에 맞춰 강력한 기업실사와 북 빌딩 능력을 갖춘 하우스 등에 대한 질문도 추가했습니다.

응답자가 각 항목별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3곳의 하우스를 선택하도록 하고, 선택의 이유를 명기하도록 했습니다. 순위별 배점은 1위 8점, 2위 6점, 3위 4점입니다.

주관사 선정 기준과 역할에 대해서는 사전조사를 통해 마련한 9가지 기준과 역할을 제시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발행시장 인식에 대해서는 △기업실사의 효과 △수요예측의 효과 △회사채를 발행할 때 애로사항 △회사채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인수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적정성 △대표주관수수료의 필요성과 적정 수준 △국내 DCM 시장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 등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항목 중 큰 의미를 두기 힘든 결과는 기사 내용에서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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