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이 요동친다

머니투데이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2013.01.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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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번화가에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세계맥주전문점’ 간판을 건 프랜차이즈 점포들이다. 대표적으로 ‘맥주바켓’은 `프랜차이즈 수준평가(소상공인진흥원)`에서 우수프랜차이즈로 선정됨으로써 대외적으로 작년 한 해의 성공에 보답을 받았다.

변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발맞추어 어느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맥주 매대에 국산 맥주보다는 수입맥주를 더욱 많이 전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매출 기준으로 전년대비 수입맥주의 신장율은 45.7%로 나타났으며 수입맥주의 구성비 역시 25.1%로 전년대비 7.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결은 현지에서 양호한 품질의 저가 맥주를 직접 매입해와 판매함으로써 국산 맥주와 비교하여 가격적으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높은 관세 때문에 가격을 저렴하게 맞추기가 어려웠으나 한-EU 간 FTA가 발효되어 관세가 줄어든 것 역시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간에 맛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맛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문제로 꼬집는 점은 국산 맥주의 맥아비율이다. 주세법에서 맥아가 10% 이상만 넘으면 맥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맥주회사에서 맥아비율이 낮은 밋밋한 맥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국내 맥주회사들은 실제 맥아 비율을 60~70%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쓴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기호 때문이라고 반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것처럼 분명 기존 소비자들의 맥주 선호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국내 맥주회사들은 신속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맥주회사들은 다양한 맥주 종류 중 ‘라거(Lager)’를 만드는 방식인 하면발효법(맥주통하단에서 효모가 발효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는 상면발효법 방식이다.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새롭게 자리잡은 맥주가 더욱 신선하고 맛있게 인식된 상황에서 기존의 국산 맥주는 실제 맛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 ‘맛이 없다’라고 인식하게 되는11 것이 문제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대?고착될 가능성이다. 해외 여행객을 비롯해 세계맥주전문점과 대형마트 등 더욱 다양한 경로가 개척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의 또 다른 배경에는 국내 맥주회사들이 과점 구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국내 시장에 안주한 탓도 있다. 이웃한 일본의 아사히와 기린이치방, 중국의 칭따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더욱 눈에 아쉬운 까닭이다.

그러나 분명 안정된 환경도 언제고 한 순간에 바뀔 수 있고, 이미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 마치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 기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의 욕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사히 맥주 역시 과거 위기를 소비자와 기업 내부, 심지어 경쟁업체의 충고마저 귀담아 듣고 혁신함으로써 일본 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요동치고 있는 맥주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이 해외 맥주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를 만들어내기를 기원해본다.(연세대 유통전략연구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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