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신세계 '사내 상생'도 낙제점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1.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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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신세계그룹 '노조탄압' 어땠길래

신세계그룹의 '노조탄압'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직원들의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강도높은 '불법 사찰'을 감행한 때문이다.

최근 신세계는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10여개 계열사의 노조 설립 대응실태를 점검하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노조설립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담고 있다. 회사에 불만이 있다고 분류된 사원은 이중 삼중으로 관찰하고,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네팀으로 나눠 철저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이른바 '문제사원'을 감시한 문서도 발견됐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회사는 사원을 계층으로 분류해 MJ는 문제사원, KS는 관심사원, KJ는 가족사원, OL은 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분류했다. 회사에 로열티가 높은 가족사원들이 문제사원들을 밀착 관리하며 동향파악을 진행했다.





민주통합당 노웅래, 장하나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위원장 등과 함께 신세계 이마트의 직원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_뉴스1 박정호 기자

이마트에 노동조합이 생긴 건 지난해 10월. 하지만 회사 측은 그 이전부터 수십명을 '요주의 인물'로 지목하고 주변인물은 물론 연인관계, 술자리, 취미생활과 친인척 관계까지 파악하고 감시해왔다. 노조 측에 입수된 문건에는 '2010년 11월 버전입니다'라고 명시돼 있어 그 이전부터 노조에 대한 감시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노조 설립을 주도한 3인에 대해서는 친한 인맥, 동기모임, 월인회(월마트 출신) 모임멤버 등으로 구분해 각각 감시 차트를 만들고 개인별 성향(성격,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조설립 주도자와의 친분 등), 주도자와의 관계(술자리, 주량, 호칭, 만남) 등을 세부적으로 관리해 왔다.

이마트는 불법 사찰과정에서 도서 <전태일 평전>을 소지한 직원을 징계 해직시키기도 했다. 회사 측이 노동계와 관련한 모든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간주, 이를 가지고 있는 사원을 순환보직하고 징계 해직시켰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일련의 노조 사찰 행위를 대부분 시인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복수 노조에 대비해 회사에서 작성된 내부 문건은 맞지만 경영진의 방침과 달리 무리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자체조사를 거친 내부감찰을 통해 관련자를 문책·징계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수찬 위원장은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위원장은 "'(문건이) 만들어졌지만 시행하지 않았다', '몇몇이 과잉충성한 것이다'라며 꼬리자르기와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있다면 결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터무니없이 노무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문화팀을 사측이 해체하고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체결 등을 이행해야 회사와 노조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 노총 가입여부를 조회했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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