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위기감? 제이콥스 회장, '삼성 엑시노스'에 딴지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3.01.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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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코어 많으면 성능 좋다? 소비자 오해 불러… ARM 코어 모바일 최적화 안돼

퀄컴 위기감? 제이콥스 회장, '삼성 엑시노스'에 딴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새롭게 선보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Exynos)5 옥타(Octa)’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코어의 숫자를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전력 소모량을 줄어든다는데도 의문을 나타냈다.

제이콥스 회장은 지난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특별상을 수상한데다, 삼성의 무선사업부는 퀄컴의 최대 고객 중 하나다. 또 퀄컴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고객으로 양사는 끈끈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이번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다.



미국 벤처기업 퀄컴이 글로벌 톱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퀄컴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CDMA를 상용화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제이콥스 회장은 지난 15일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어 숫자를 얘기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마케팅 수단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의 듀얼코어 제품이 경쟁사의 쿼드코어 제품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고 꼬집었다.



코어 숫자가 많을수록 성능도 더 뛰어난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같은 지적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11년 4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처음 출근할 당시 "전세계 기업들의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는 원리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치고 나오자 애플이 디자인 등 특허소송을 진행했고, 삼성의 시스템LSI 경쟁력이 높아져 AP에서 경쟁력을 높이자 퀄컴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제이콥스 회장이 문제를 제기한 엑시노스5 옥타는 암(ARM)사의 차세대 'Cortex(코어텍스) A-15'를 기반으로 '빅리틀(big.LITTLE)' 설계구조가 적용된 제품이다. '빅리틀' 구조란 모바일 기기에서 3D게임과 같이 고사양이 필요할 때는 4개의 고성능 코어텍스(Cortex-A15) 코어를 사용하고 웹서핑·이메일과 같은 저사양 작업에 구동되는 4개의 저전력 코어텍스(Cortex-A7) 코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 소모량이 감소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제이콥스 회장은 "ARM의 새로운 4개 코어는 모바일에 최적화가 되지 않아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며 "전력소모량을 관리하기 위해서 저전력 코어를 덧붙였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발언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된다”며 “8개 코어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명칭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퀄컴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AP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삼성의)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퀄컴도 삼성전자를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아날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독립 AP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73.7%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통합칩 분야에서는 퀄컴이 61.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체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은 퀄컴이 43.7%로 1위, 삼성전자가 25.3%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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