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PEF 약정투자 500억 날릴 위기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3.01.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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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밸류 PE에 400억 이상 투자…W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평가치 반토막 이하

아주그룹이 5년 전 IWL파트너스가 만든 사모펀드(PEF)에 투자 약정했던 500억 원의 상당 부분을 손실 볼 위기에 놓였다. 이 펀드가 만기 까지 투자 자산을 처분하지 못해 현물(주권)로 분배했는데 이를 원금 수준으로 회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주그룹은 2007년 8월 IWL파트너스가 조성한 리딩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리딩밸류 PE)에 계열사인 아주산업과 아주캐피탈 (11,500원 ▼150 -1.29%) 등을 통해 500억 원 가량을 투자 약정했다.



아주그룹 PEF 약정투자 500억 날릴 위기


아주그룹은 당시 1400억 원 규모로 조성된 리딩밸류 PE에 500억 원을 약정해 최대 출자자(35.7%)가 됐다. 이 펀드에는 아주그룹 외에 KDB생명이 125억 원 이상을 약정했고, 기타 연기금과 IWL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리딩밸류 PE를 운용한 IWL파트너스는 영풍저축은행 지분 100%(700억 원)와 리딩투자증권 경영권 지분 32.67%(425억 원, 밸류에프투 SPC2)를 사들이는데 모두 1125억 원을 투입했다. 아주그룹이 리딩밸류 PE에 실제 투자한 금액은 원금 374억 원에 기타 비용 등을 합해 400억 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리딩밸류 PE의 초기 성과는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WL파트너스의 실제 오너인 박대혁 부회장이 전문가들을 영입한 게 효과를 낸 덕분이다.

우선 리딩투자증권에 하나금융그룹 출신의 투자은행(IB) 전문가 김윤모 KTB프라이빗에퀴티 부회장을, W저축은행에는 옛 제일은행 출신의 박응복 씨를 각각 영입해 시너지를 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져 국내 금융시장이 얼어붙을 때 정크본드 이상의 국내 우량 중견그룹의 회사채를 쓸어 담아 한때 1000억 원 이상의 평가 이익을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보상 미흡 등을 이유로 이탈하면서 후유증이 나타났다. 리딩투자증권의 김윤모 대표는 2009년 솔로몬투자증권(현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옮겼고, IWL파트너스와 W저축은행의 초기 멤버들도 빠져 나갔다.


공교롭게도 이후 리딩투자증권 기업공개(IPO) 계획이 지연되는 한편 W저축은행은 투자 유가증권 가치가 떨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가 상당부분 손실로 돌아오면서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초까지 상장이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였던 SSCP에 3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240억 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면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W저축은행은 지난해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하지 못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IWL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까지 리딩밸류 PE의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투자 자산 부실, 매각 실패 등으로 인해 투자 자산의 지분을 출자 비율대로 나눠주는 현물반환을 결정했다.

아주그룹과 KDB생명 등은 일단 추가 손실 가능성을 우려해 현물반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주그룹 등은 IWL파트너스에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그룹의 손실은 현실화하고 있다. 아주산업이 보유한 리딩밸류 PE 지분(25.8%) 평가액은 2007년 8월 322억 원에서 그해 말 29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3분기 말에는 180억 원으로 더 축소됐다. 여기에 아주캐피탈의 투자분을 고려하면 아주그룹의 리딩밸류 PE 투자 지분가치는 반토막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딩밸류 PE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는 올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박 부회장이 아주그룹 등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아주그룹 관계자는 “투자 당시 저축은행 등 금융사업 확대에 대한 사업적 니즈가 높았다"며 "결과적으로 투자손실은 불가피하지만 2008년 부터 지분법손실 항목으로 회계처리해 일시적인 손익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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