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식 션양한라레미콘 사장.
중국 랴오닝(遼寧)성 수도인 션양(瀋陽)시 남쪽의 신도시인 훈난신청(渾南新城)에서 만난 손현식 션양한라레미콘 사장은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주문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전부서가 협력하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눈앞의 이익을 중시해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업체에게 우선 공급하지만, 한라는 하루 전에 주문을 받아 생산능력을 초과할 경우엔 당장 손해보더라도 중장기적 시각으로 배정함으로써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는 설명이다.
한라는 고객을 속이지 않는다. 중국 업체들은 7루베(1루베=1㎥) 또는 18루베짜리 레미콘에 양을 덜 채운다든지, 시멘트 양을 덜 넣는 경우가 있다. 이런 눈속임으로 레미콘 업체는 약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고객은 준공검사에 불합격돼 손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기(工期)를 맞추려면 레미콘이 적시에, 적량으로 공급돼야 하는 건 필수. 이런 믿음이 션양시에 110개, 훈난신청 지역에 32개나 되는 중국 경쟁업체들보다 가격을 1루베당 5~10위안(약2.5%)을 더 받아도 한라를 선호한다.
한라의 이런 신뢰와 명성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룩된 것은 아니다. 200명의 중국 직원을 한국인 단 2명이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 직원들의 잦은 이직, 원재료 품질의 불균일, 지역 토착적인 레미콘 사업의 특성 등…. 손 사장은 2002년 법인을 설립했을 때부터 휴가도 없이 매일 밤 12시, 1시까지 중국직원들을 교육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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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사 자금흐름이 일시적으로 꼬여 월급날, 직원에 월급 줄 돈이 없을 경우엔 개인 통장을 헐어 월급을 주기도 했다. “레미콘 사업 특성상 외상 거래가 많아 계정 상으로는 흑자이지만 현금이 잘 돌지 않아 흑자 도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 자금사정이 정말 어려우면 거래업체에 사정을 해 대금지급을 늦추더라도 직원 월급은 반드시 지급했다. 그런 노력이 중국 직원들에게도 진정성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손 사장의 설명이다.
션양한라레미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6000만위안(468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3.7%) 감소했다. 주택구입제한령을 비롯한 각종 규제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도 작년과 비슷한 2억6000만위안. 하지만 오는 8월31일, 션양에서 중국의 전국체전이 열려 약2개월 동안 공사가 금지됨으로써 레미콘 가동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17% 정도 늘어난 규모다.
션양한라레미콘은 현재 공장에서 남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새 공장을 지어 이사한다. 현재 공장 부근이 전국체전 선수용 아파트 등, 관련 시설단지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올해는 새 공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한 뒤 내년부터는 션양시 북부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