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짜장면 같은 레미콘, 신뢰와 품질로 비싸도 잘 팔려

머니투데이 션양(중국)=홍찬선 특파원 201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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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시장 프론티어]<4-1>션양(瀋陽)한라레미콘

편집자주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다. 한중수교가 맺어진 뒤 20년 동안,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에서 한국은 발전의 계기를 잡았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에 자리 잡은 수출기업들에게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출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단계에 직면해 있다. 바로 내수주도 성장전략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성장발전모델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의지도 강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차기 총리를 쌍두마차로 하는 ‘5세대 리더’는 개혁과 모델전환을 화두로 제시했다. 도시화, 소득분배구조 개선, 지역 균형발전, 내수산업 확대 등이다. 중국 내수는 향후 20년 동안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식품 교육 화장품 의류 SOC 등…. 발 빠르게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는 한국 기업이 적지 않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한국기업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다.

손현식 션양한라레미콘 사장.손현식 션양한라레미콘 사장.


“레미콘은 짜장면과 비슷합니다. 사전에 만들어 놓으면 불거나 굳어서 먹지 못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문이 갑자기 몰릴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수도인 션양(瀋陽)시 남쪽의 신도시인 훈난신청(渾南新城)에서 만난 손현식 션양한라레미콘 사장은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주문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전부서가 협력하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눈앞의 이익을 중시해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업체에게 우선 공급하지만, 한라는 하루 전에 주문을 받아 생산능력을 초과할 경우엔 당장 손해보더라도 중장기적 시각으로 배정함으로써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션양시에서 2010년에 갑자기 과적화물차 단속을 강화해 적발된 화물차에 대해 벌금을 2000위안에서 2만위안으로 10배나 인상하고, 운전면허도 한 달 동안 압류하고 운전수도 한 달 동안 구류한 적이 있었다. 모래와 자갈 등 레미콘 자재조달이 안돼 고객사에게 제품 공급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라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차질 없이 레미콘 공급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1주일용 자재를 야적하지만 여기서는 3주 이상의 양을 쌓아놓은 덕분”(손 사장)이었다.

한라는 고객을 속이지 않는다. 중국 업체들은 7루베(1루베=1㎥) 또는 18루베짜리 레미콘에 양을 덜 채운다든지, 시멘트 양을 덜 넣는 경우가 있다. 이런 눈속임으로 레미콘 업체는 약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고객은 준공검사에 불합격돼 손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 롯데그룹이 션양베이짠 부근에 롯데월드와 롯데캐슬, 백화점 등을 포함한 대규모 상가를 짓는데 레미콘 공급을 포기했다. 공사 현장에서 션양한라까지 직선거리가 27~28km에 불과하지만 도로 정체가 심해 시간에 맞춰 콘크리트를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엄청난 규모여서 참여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다만 손 사장은 롯데에 대해 자문역할을 해주고 있다. 션양시 북부 지역에 앞으로 공장을 신설할 것에 대비한 전략이다.

공기(工期)를 맞추려면 레미콘이 적시에, 적량으로 공급돼야 하는 건 필수. 이런 믿음이 션양시에 110개, 훈난신청 지역에 32개나 되는 중국 경쟁업체들보다 가격을 1루베당 5~10위안(약2.5%)을 더 받아도 한라를 선호한다.

한라의 이런 신뢰와 명성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룩된 것은 아니다. 200명의 중국 직원을 한국인 단 2명이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 직원들의 잦은 이직, 원재료 품질의 불균일, 지역 토착적인 레미콘 사업의 특성 등…. 손 사장은 2002년 법인을 설립했을 때부터 휴가도 없이 매일 밤 12시, 1시까지 중국직원들을 교육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회사 자금흐름이 일시적으로 꼬여 월급날, 직원에 월급 줄 돈이 없을 경우엔 개인 통장을 헐어 월급을 주기도 했다. “레미콘 사업 특성상 외상 거래가 많아 계정 상으로는 흑자이지만 현금이 잘 돌지 않아 흑자 도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 자금사정이 정말 어려우면 거래업체에 사정을 해 대금지급을 늦추더라도 직원 월급은 반드시 지급했다. 그런 노력이 중국 직원들에게도 진정성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손 사장의 설명이다.

션양한라레미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6000만위안(468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3.7%) 감소했다. 주택구입제한령을 비롯한 각종 규제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도 작년과 비슷한 2억6000만위안. 하지만 오는 8월31일, 션양에서 중국의 전국체전이 열려 약2개월 동안 공사가 금지됨으로써 레미콘 가동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17% 정도 늘어난 규모다.

션양한라레미콘은 현재 공장에서 남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새 공장을 지어 이사한다. 현재 공장 부근이 전국체전 선수용 아파트 등, 관련 시설단지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올해는 새 공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한 뒤 내년부터는 션양시 북부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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