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찔'하는 反드럭스토어업계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1.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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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유통 빅뱅' 드럭스토어/ 화장품은 '각색' 약국은 '창백'

"약국이야, 편의점이야, 화장품숍이야?" 국내에 들어선 드럭스토어는 성격을 정의내리기가 모호하다. 이름에 '드럭'이 붙었음에도 약은 별로 보이지 않고 상품구성은 화장품이 많은데다 식품까지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분스의 경우 뷰티쪽의 상품 수는 8000~9000종에 달하지만 의약품은 500여종에 불과하다. 올리브영 역시 전체 매출에서 헬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미만으로 추산된다.



화장품업계는 드럭스토어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드럭스토어에서 화장품이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업계의 거의 모든 브랜드가 드럭스토어에 입점해 있어서다.

의약업계의 경우 드럭스토어가 아직까지는 뷰티전문점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드럭스토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실제로 건강보조식품 등을 취급하는 만큼 시장의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 업계는 일단 드럭스토어의 성장세를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드럭스토어의 행보에 관련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화장품업계, 드럭스토어와 공생 택하나

국내 드럭스토어는 업계의 말처럼 '뷰티&헬스 스토어'가 더 적절하다.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갖춘 만큼 드럭스토어 성장은 화장품업계에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화장품업계는 드럭스토어의 역할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LG생활건강 측은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유통망이 추가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체 브랜드 로드숍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화장품업계는 저가, 중저가, 고가의 상품군에 따라 유통망이 달라진다. 저가라인은 주로 로드숍에서 판매하고, 중저가라인은 대형마트 또는 아리따움이나 보떼와 같은 전용매장, 고가라인은 백화점과 방문판매채널에서 판매한다.

그중 드럭스토어는 중저가라인을 주로 판매한다. 드럭스토어가 성장할수록 중저가라인의 브랜드숍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얘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로드숍에서는 스킨로션을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반면 중저가라인인 이자녹스나 수려한은 4만원대"라며 "보떼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드럭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셈인데 중저가라인의 상품 유통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드럭스토어가 아직까지는 역세권과 오피스 등 대형상권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점포가 늘어날 경우 보떼와 같은 일반화장품의 가맹점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드럭스토어로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고객의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서 멀티채널이나 멀티 브랜드를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드럭스토어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_류승희 기자



◆드럭스토어 경쟁 대비, 약국도 변해야

"전국의 약국 수가 2만1000개입니다. 대형 자본이 왜 약국에 눈독 들이는지 뻔하죠." 한 의약업계 종사자의 말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약국의 영업망을 파고든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약국업계는 드럭스토어의 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 판매점은 원칙적으로 약국뿐이다. 지난해 말 약사법 개정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이름으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현재 국내의 드럭스토어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의약품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약국을 차리거나, 드럭스토어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야 한다. 현재는 더블유스토어만이 약국과 화장품을 접목한 형태의 드럭스토어다. 앞으로 분스 등의 매장 역시 이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는 "유통자본에 의해 드럭스토어가 잠식됐을 때 수익성이 떨어지는 동네약국이 생존하기 어렵다"며 "동네에서 약국을 찾기 힘들면 급할 때 약국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드럭스토어로 인해 약국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과 약국전용 화장품의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약외품이나 일반의약품 역시 판매가 저조해짐에 따라 약국의 경영에도 다소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약국업계가 드럭스토어의 시장선점에 앞서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약국체인업체인 옵티마약국 김상민 이사는 "국내 의약업계는 일본식 제약정책을 많이 따라가고 있다"며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됐듯 의약품 판매가 점차 완화돼 가는 추세 속에서 드럭스토어는 앞으로 의약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는 "일본만 해도 드럭스토어를 흉내 낸 곳만 있을 뿐 일반 약국은 거의 없다"며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의 약국 등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드럭스토어가 약사 중심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고객이 필요한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협회 역시 현재의 약국 경영형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는 "자본력을 가진 대형유통업체가 주도하는 드럭스토어가 아닌 약국 중심의 드럭스토어로 변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업계, 아직까지는 '이상무'

편의점업계는 상대적으로 긴장도가 덜하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이미 소매업계에 대한 경계가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SSM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드럭스토어시장이 성숙한 시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실제로 제공하는 상품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부족한 것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지켜볼 단계"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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