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 무기, '골목 새 강자'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2013.01.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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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유통 빅뱅' 드럭스토어/ '드럭스토어' 러시

직장인 문미정씨(28·여)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드럭스토어를 자주 찾는다. 평소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터라 '신상' 화장품은 물론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수입산 향수, 어린 조카에게 가져다 줄 초콜릿 등을 사기 위해서다. 때론 업무과다로 두통이 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간단한 두통약이나 비타민제를 이곳에서 찾기도 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일반 저가화장품 매장보다 2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문씨는 아예 모든 화장품을 드럭스토어에서 구입한다.

드럭스토어(Drug Store)의 성장세가 무섭다. 건강과 미용 관련 '카테고리 킬러'로 급부상 중인 드럭스토어는 지난 1999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14년 만에 전체 드럭스토어 수가 450개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5년 새 매장 수가 무려 4.8배나 급증했다. 헬스·미용 유통전문점이라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퍼지면서 서서히 '골목상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드럭스토어'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음료 등을 함께 판매하는 매장을 일컫는다.

1901년 미국의 월그린이 처음 드럭스토어 개념의 매장을 오픈한 이래 드럭스토어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전파시기에 와 있다. 100년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전세계 유통지도의 한축으로 자리잡았지만 미국의 드럭스토어는 월마트, K마트 등의 대형마트가 의약품 매장을 서서히 확대하며 공세에 나서자 한때 시련의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대형소매점이 등장하며 기존의 약국이 존폐위기에 직면하자 약국 경영자들이 1970~80년대에 미국의 드럭스토어를 견학한 후 일본에서 업태개발을 시작한 게 유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발전한 드럭스토어의 영업유형은 다르다. 미국이 약국을 중심으로 화장품과 식품 등을 취급하는 형태라면 일본은 헬스·뷰티 스토어 콘셉트로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위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미국형과 일본형을 절충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미국형'이라면 코오롱 더블유스토어는 '일본형' 드럭스토어에 가깝다.


'헬스+뷰티' 무기, '골목 새 강자'


◆'급성장' 드럭스토어… 빅3 시장쟁탈전 '후끈'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개화'한 형국이지만 최근 몇년 새 한국 드럭스토어시장의 성장속도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지난 2008년 1100억원대를 형성하던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규모는 2011년에는 이보다 3배 많은 3000억원 규모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2배 성장한 6000억원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에 대한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약국 대신 드럭스토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매장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드럭스토어를 많이 찾는다. 여기에 대형마트에 들러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싱글족들도 이젠 드럭스토어의 주요 고객이 됐다.


사진_류승희 기자

국내 드럭스토어시장은 1999년 CJ가 올리브영을 론칭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코오롱이 더블유스토어, 2005년 GS리테일이 세계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제휴해 만든 GS왓슨스가 장악하고 있다. 이른바 '3파전' 형국이다. 특히 세 회사 모두 최근 3년 사이에 점포수가 3배 이상으로 늘어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과 영업수지 면에서도 고속성장을 유지하기는 마찬가지다.



드럭스토어의 대표주자격인 CJ올리브영은 2009년 71개였던 점포수를 지난해 270개까지 늘리며 선도업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최근 5년간 급성장하며 매출이 2008년 710억원에서 2012년 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에 평균 6만여명 이상의 구매고객이 매장을 찾을 정도다.

사진_류승희 기자

직영점만 운영하는 GS왓슨스도 2009년 23개였던 점포수가 2012년 76개로 증가했다. 매출규모도 2009년 387억원에서 2011년 75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으며 2009년과 2010년에 20억원을 넘었던 영업적자가 2011년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코오롱웰케어에서 운영하는 더블유스토어 역시 2009년 35개에 그쳤던 점포수가 지난해에는 가맹점과 직영점을 합쳐 110곳으로 크게 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형마트·프랜차이즈도 뛰어든 드럭스토어

도입 초기 약국과 미용용품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개념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한 드럭스토어가 이처럼 수도권과 대도시 번화가를 중심으로 속속 '알짜 유통채널'로 거듭날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드럭스토어 진출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초 이마트가 '분스'를 내세우며 시장진출을 선언했고 같은해 7월 카페베네도 '디셈버24'를 론칭하며 드럭스토어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롯데와 편의점 CU(구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최근 드럭스토어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역에 일반적인 드럭스토어 매장의 5배 규모를 자랑하는 분스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럭스토어에선 볼 수 없는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나섰다. 현재 입점된 브랜드만 100여개에 달한다.

까페베네가 런칭한 '디셈버24'는 이글루를 연상시키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내세워 지난해 강남역 매장을 오픈했다. 디셈버24 역시 셀프 메이크업 존과 다양한 할인행사 등를 내세우며 후발주자로서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드럭스토어업계 관계자는 "드럭스토어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면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기업들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최근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드럭스토어에 대한 불편한 진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대형마트와 동변상련?
 
최근 몇년 사이 드럭스토어가 성장일변도에 놓인 이면에는 유통업계에 대한 정부의 '가위질'이 작용한 면도 없잖아 있다. 특히 지난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그리고 편의점들이 한층 강화된 규제와 신규출점 제한 등으로 '위축된 한해'를 보낸 사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드럭스토어는 홀로 승승장구했다.

대형마트와 SSM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밤 12시~오전 0시)과 의무휴무제(월 2회 일요일 혹은 공휴일), 사전입점예고제 등의 규제를 적용받고 편의점 역시 신규 출점거리 제한(250m) 등으로 손발이 묶였다. 운좋게도 드럭스토어만이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교묘히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과자, 음료 등의 생필품까지 판매하며 드럭스토어가 사실상 '소규모 SSM'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나서자 중소약국이나 화장품 판매점 등의 자영업자들은 드럭스토어도 '골목시장'을 침해하고 있다며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일 태세다.

여기에 드럭스토어도 대형마트·SSM 등과 같이 영업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국장은 "생필품 위주로 드럭스토어의 판매 형태가 변화했다는 것은 골목상권 보호라는 법적 규제를 편법으로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역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CJ올리브영 등 대기업 계열의 드럭스토어도 유통산업발전법에 포함시켜 출점과 영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민주통합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드럭스토어도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오는 20일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이 문제를 공식 쟁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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