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구글 회장 訪北 추진..북미 관계 물꼬 틀까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3.0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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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로켓 발사 후 민감한 시기에 방북...'케네스 배' 석방 협상 가능성도

↑사진제공: 블룸버그 통신.↑사진제공: 블룸버그 통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와 이르면 내주 초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방북 목적이 사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미 관계 진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르면 이달 초 개인적,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며 슈미트 회장이 방북단에 동행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내주 초 방북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슈미트 회장의 북한 방문은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 사이트 기업의 회장이 세계에서 인터넷 정책이 가장 엄격한 나라를 방문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P는 "슈미트 회장이 '사이버 공간의 마지막 국경선'인 북한을 방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침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생산공정의 컴퓨터수치제어(CNC)화와 무인화 등 과학기술 발전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강조한 시점이어서 세계 IT 업계의 거물인 슈미트의 방북은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러나 소식통이 밝힌 대로 리처드슨 일행의 방북이 '사적'이고 '인도주의적' 목적을 갖고 있다면 슈미트 회장의 북한 방문도 개인적인 일에 불과할 수 있다. 미 정치권의 '메신저'와 같은 정치적 역할이 아닌 민간인 차원에서의 방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인터넷과 모바일 설비 제공 등 모종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슈미트는 평소 인터넷과 모바일이 가난과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슈미트 회장은 현재 자레드 코헨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 자문관과 함께 인터넷이 사회 지형을 바꾸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담은 '새로운 디지털시대(New Digital Age)'라는 저서도 집필 중이다.


이와 관련해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평양의 인터넷정보 세계에 작은 구멍을 최초로 뚫게 된다면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P통신은 이번 방북이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미국명 케네스 배)씨가 적대범죄 혐의로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후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처드슨 일행의 방북이 배씨 석방 문제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리차드슨 전 주지사는 지난 1994년 이후 수차례 북한을 방북했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배 씨는 지난해 11월 초 여행객을 인솔해 함경북도 나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꽃제비(먹을 것을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의 사진을 찍다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리처드슨 일행이 배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당국자와 배씨를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북한은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 문제를 북미 관계에 활용해 온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억류한 여기자 2명을 석방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을 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리처드슨-슈미트'의 방북과 배씨 석방을 매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방북 여부가 최종 확인된 것이 아니고 배씨의 석방문제 해결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특히 북한의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가 냉랭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미 관계 개선 전망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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