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신혼부부, 전세 대출 알아보다 '멘붕'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1.0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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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민주택기금 소득요건 변경…국토부 "외벌이 기준 대상 넓힌 것"

맞벌이 신혼부부, 전세 대출 알아보다 '멘붕'


 올 4월 결혼을 앞둔 김희수씨(가명·31)는 요즘 시름이 깊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결혼하려니 이래저래 돈 들어갈 곳이 많은 것은 물론 무엇보다 신혼집 마련이 어려워져서다.

 당초 김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값에 보탤 계획이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세대주의 연 소득이 3000만원(신혼부부의 경우 35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그의 소득은 여기에 해당됐다.



 김씨는 최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49㎡(전용면적) 아파트 전세를 1억4000만원에 얻기 위해 1400만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걸어놓았다. 그는 전세자금 대출로 8000만원을 받으면 나머지는 모아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의 연간 소득요건을 기존 세대주 3000만원(신혼부부 3500만원)에서 부부합산 4000만원(신혼부부 4500만원)으로 바꾼 것이다.



 예비신부의 연 소득은 2800만원 수준. 김씨와 합치면 연 소득은 5000만원을 웃돌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은행에서 일반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대출가능 금액이 적거니와 금리도 좋게 받아야 연 6~7%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맞벌이 신혼부부, 전세 대출 알아보다 '멘붕'
 결국 김씨는 신용대출까지 받거나 위약금을 물고라도 직장과 멀리 떨어진 수도권 전셋집을 구해야 할 처지여서 계사년이 우울하기만 하다.

 국토해양부가 구랍 21일 국민주택기금의 대출금리 인하와 소득요건 변경을 발표한 후 대출 희망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당시 국토부는 대출금리 인하 조치와 함께 근로자·서민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의 소득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이하 상여금 포함) 4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은 부부합산 연소득 5500만원 이하로 각각 변경했다.


 생애최초 및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은 기존에도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이어서 큰 변화가 없지만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세대주에서 부부합산으로 바뀌었다. 상당수 신혼부부가 맞벌이란 현실을 비춰볼 때 이같은 소득요건의 변경으로 대출 대상자들이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대기업 3695만원, 중소기업 233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고려하면 부부합산 소득기준 4000만원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씨는 "상여금을 포함해 부부합산 연 소득 4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인턴사원 부부들만 지원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더구나 발표 후 휴일을 빼고 1주일 뒤부터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준비할 시간마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해 감사원에서 가구의 실질소득을 반영하기 위해 소득요건을 부부합산으로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아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벌이 기준으로 보면 소득기준이 전보다 1000만원 늘어났고 맞벌이만 따로 소득기준을 확대해 적용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 서민을 지원한다는 게 전세자금 대출 취지임에도 전세난을 고려, 가구소득 10분위 중 한 단계 대상을 넓힌 5~6분위 소득을 기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예기간을 두고 변경안을 시행하면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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