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고졸채용' 뿌리내리면 GDP 1%, 12兆 상승한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3.01.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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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1-1>'열린 고용' 1년,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한국수력원자력 총무팀에 근무하는 이지형(20세) 씨는 지난해 2월 '고졸채용' 전형으로 입사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인 부천 덕산고를 졸업한 이 씨는 당시 서울 소재 대학에도 합격한 상태였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선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이 씨를 만류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나를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해주신다"며 "학력만 따지는 문화가 우리 사회를 학벌 지상주의로 만들고 있고, 청년 실업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대구 경상공고를 졸업한 사공현(20세)씨는 대우조선해양 중공업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대우조선해양이 국내 조선업계에서 처음으로 고졸 관리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다. 사공 씨 역시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님 반대에 직면했지만, 결국 설득하고 입사에 성공했다.

사공 씨는 "대학이 어느새 당연히 가야 하는 길로 여겨지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신념과 끈기가 있다면 학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간판보다 자신의 꿈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이나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열린 고용'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고교생들이 취업을 위해 굳이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고, 기업도 능력 있는 고졸 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과도한 학력인플레로 커다란 후유증을 앓아왔던 대한민국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저성장을 넘자]'고졸채용' 뿌리내리면 GDP 1%, 12兆 상승한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특성화고 3학년 학생 100명 중 56명(56%)이 취업에 성공했다. 전년동기 취업률(40%)과 비교하면 무려 1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고용부는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경우 올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65~7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2011년 9월 '열린 고용' 정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한지 1년여 만에 나타난 성과다.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2013학년도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입시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5대1에서 올해는 1.2대1로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 감소 추세에 맞춰 특성화고 정원을 지난해보다 6400여 명 줄였지만, 지원자는 1100여 명 감소하는 데 그쳐 경쟁률이 상승한 것이다.

또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줄어든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2011년의 경우 특성화고 학생 100명 중 48명(48%)만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겠다고 밝혔지만 2012년에는 그 비중이 59명(59%)으로 높아졌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더 많았다.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매년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등 맹목적인 대학 진학 열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비용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구인난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학력 인플레 문제가 국내총생산(GDP)의 1% 상승 기회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42%에 이르는 대졸 과잉인력 탓에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라는 분석이다. GDP가 지난해 기준으로 1조1635억 달러(IMF 추정)인 만큼 1%만 해도 1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원이 넘는 상승요인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 고용시장에서 여전히 고학력자와 기업간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며 "무작정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줄고 우리 사회에 간판이나 학력보다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열린 고용 문화가 자리 잡으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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