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나를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해주신다"며 "학력만 따지는 문화가 우리 사회를 학벌 지상주의로 만들고 있고, 청년 실업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공 씨는 "대학이 어느새 당연히 가야 하는 길로 여겨지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신념과 끈기가 있다면 학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간판보다 자신의 꿈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경우 올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65~7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2011년 9월 '열린 고용' 정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한지 1년여 만에 나타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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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이 높아지면서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2013학년도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입시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5대1에서 올해는 1.2대1로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 감소 추세에 맞춰 특성화고 정원을 지난해보다 6400여 명 줄였지만, 지원자는 1100여 명 감소하는 데 그쳐 경쟁률이 상승한 것이다.
또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줄어든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2011년의 경우 특성화고 학생 100명 중 48명(48%)만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겠다고 밝혔지만 2012년에는 그 비중이 59명(59%)으로 높아졌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더 많았다.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매년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등 맹목적인 대학 진학 열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비용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구인난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학력 인플레 문제가 국내총생산(GDP)의 1% 상승 기회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42%에 이르는 대졸 과잉인력 탓에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라는 분석이다. GDP가 지난해 기준으로 1조1635억 달러(IMF 추정)인 만큼 1%만 해도 1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원이 넘는 상승요인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 고용시장에서 여전히 고학력자와 기업간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며 "무작정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줄고 우리 사회에 간판이나 학력보다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열린 고용 문화가 자리 잡으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