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男중심 보수단체 "인도 성폭행범 사형 반대" 논란

머니투데이 하세린 국제경제부 인턴기자 2012.12.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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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에 모인 캅 회원들의 모습. 캅은 모두 남성들로만 이루어져있다. (ⓒ구글)▲ 회의에 모인 캅 회원들의 모습. 캅은 모두 남성들로만 이루어져있다. (ⓒ구글)


인도 버스 성폭행 피해 여성이 끝내 숨지면서 인도에서 연일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한 보수 단체가 성폭행범들에 대한 사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하리야나 지방의 캅(Khap)은 "어떤 법이든 오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도입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캅의 지도자인 수베 싱은 "당국자들이 이번 성폭행 사건으로 인한 시위대들의 감정적 동요와 성폭행범에 대한 사형 요구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성폭행범에 대한 최고형을 무기징역에서 사형으로 확대하자는 최근 시위대들의 요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이전의 지참금금지법과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잔혹행위금지법의 경우에서도 보았듯, (사형과 같은) 극형을 동반하는 법은 오용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버스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이 29일 사망하면서 경찰은 범죄에 가담한 6명의 남성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뉴델리 경찰 대변인 라잔 바가는 "이들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사형을 구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캅(khap)은 하리야나, 라자스탄, 우따르 쁘라데쉬 등 북서 인도지역의 지역별 정치 사회 공동체다. 인도에 사법체계가 없던 시절부터 수백 년간 내려온 마을 남자 어른들의 모임으로 '미니 재판부'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캅에서 결정하는 방침은 이 마을 구성원 전체의 삶을 지배했다.

캅은 전통문화를 중시하고 보수적 성향을 띠는 고연령자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어버이연합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질서 유지에도 공헌한 측면이 있지만 캅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최근 계속되는 여성 비하적 발언으로 인도 사회에서도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성폭행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여자 아이들의 결혼 연령(18세)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이유로 "결혼을 하면 여자 아이들의 욕구를 남편이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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