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0 시대…보호무역주의 우려=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G2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병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본주의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스며들면서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면서 "향후 3~5년은 미국 유럽 일본이 약화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2시대가 아니라 G0시대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력이나 정치 사회적인 리더십 모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10~20년 후 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 교수는 "3~5년은 진정한 패권이 사라지고 계속 혼란의 와중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도하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경제도 방향이 더욱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된 유로존의 리더십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등 선진국들의 희생이 필요한 구조지만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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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자기 이해에만 매몰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던 국제사회의 협력 틀이 약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불거진 현대자동차의 연비 문제,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 등도 자국 산업을 우선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의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남우 토러스투자증권 영업총괄대표는 "모두 다 저성장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해야하는 정치인들로선 전 세계를 포용할만한 리더십이 없다"면서 "보호무역주의로 들어가는 것이 향후 5~10년 동안 전 세계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패러다임 변화 있어야 근본적 치유=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화라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 자체가 위기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화됐고,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얼마든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가세하면서 세계 경제의 거품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형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과도한 금융화가 반전되지 않는 한 부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서 "기득권층이 이러다가 내 모든 재산이 날아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위기가 와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채현 한국시장경제연구소장은 "경제 민주화로는 부족하고, 가계 부채 탕감 등 공산주의적인 요소까지 도입돼야 한다"면서 "선진국과 지도자들이 솔직하게 말하고 실상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