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IPO시장 훈풍 불까

머니위크 전보규 기자 2013.01.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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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올해 최대 90개사 상장 예정…지난해 실적·경쟁상황은 '걸림돌'

지난해 기업공개(IPO)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 증시가 동절기였다면 IPO시장은 유독 추운 혹한기에 가까웠다. 유럽 재정위기 및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외면하면서 어렵게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기업들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거나 보류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흉년



IPO시장은 최악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IPO 건수는 28건을 기록했다. 공모규모는 총 1조원을 겨우 넘겼다. 공모규모 기준으로 2011년(4조2557억원)의 4분의 1수준이며 2008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다. 공모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당시 8000억원을 기록했고 2009년엔 2조3867억원, 2010년에는 10조90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은 글로벌 증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며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잦은 위기가 발생하면서 지수 상승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고 IPO시장도 별 볼일 없는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이 침체된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대어(大漁)급 공모주들이 상장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IPO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공모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휴비스와 CJ헬로비전 2곳에 불과하다"며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과 정책 이슈 등으로 대어급 공모주 상장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사나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은 공모주시장의 열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한다. 공모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던 지난 2010년에는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국내 최대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이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IPO시장의 흥행을 주도했다.


공모 예정금액만 최대 2조원으로 추정되며 삼성생명 이후 작년 IPO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오일뱅크는 경제상황을 이유로 상장을 백지화했고 미래에셋생명은 대형생명보험사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아 상장을 미뤘다. 산은금융지주는 정책 변수와 주식시장 침체를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고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기업가치 산정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증시 입성 시기 조율에 들어갔다.

포스코특수강과 삼보 E&C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기대이하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에 나선 기업들은 흥행참패를 맛봤다. CJ헬로비전은 일반공모 청약 결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366만여주 가운데 95만여주의 청약이 이뤄져 일반공모 최종 경쟁률 0.26대 1을 기록했다. 실권주는 공모주간사인 하이투자증권과 대우증권, JP모간, IBK투자증권 등이 떠안았다. 이에 앞서 AJ렌터카는 일반공모에서 0.23대 1의 경쟁률로 청약미달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엠씨넥스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도 1.7대 1에 불과했다.

공모 청약 때마다 수십~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지난 2010~2011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빙은 되겠지만…"

침체기를 겪은 주식시장이 연초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PO시장도 작년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주시장은 지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이 올해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IPO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상당수 기업들이 공모가를 올리기 위해 상장을 미뤘지만 자금조달이 필요한 회사의 경우 상장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보다 유리하다"며 "상장을 연기한 회사들이 무한정 상장을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IPO를 철회하기보다 연기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지수 상승에 대한 낙관론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그동안 부진했던 철강·화학·기계 등 경기민감 업종의 IPO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양증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기업은 지난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을 포함해 최대 90여개로 예상되며 공모 예상금액은 2조5000억~3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내 상장을 할 것으로 관측되는 주요기업은 산은금융지주, 동부생명, 현대오일뱅크, 미래에셋생명, 현대엠코, LG CNS, 카페베네 등이다.

코스닥시장의 진입요건 완화도 IPO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13일 중소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특례업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상장규제도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상장특례를 받을 수 있는 신성장동력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상장 시 일반기업에 비해 자기자본, 실적, 설립연수 등 관련규제를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코스피시장에 대해서는 진입 문턱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내 증권사 IPO담당자는 "코스닥시장 진입 수요가 코스피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코스닥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춰 중소기업들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기업공개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코스피시장의 진입요건 강화가 IPO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IPO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공개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증시가 활기를 띠고 대어급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상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상장을 할 때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데 작년에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기 때문에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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