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웃도어 영업, '진보'로 이어지려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2.12.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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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웃도어 영업, '진보'로 이어지려면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슬로건이다.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아우디는 세계 첫 사륜구동(콰트로) 승용차 등의 기술을 앞세워 승승장구해왔다.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술을 통한 진보'를 낳을 만한 변화가 포착됐다. 금융상품 판매사들에 대한 '아웃도어 영업' 허용이 그것이다. 증권사 영업사원이 태블릿기기를 들고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전자문서를 통해 펀드를 파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업황부진에 시달린 증권업계 등은 '연말 선물'이라며 환영했다. 지점운영에 따른 영업비용을 줄이고, 대신 판매가 늘어난다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불완전판매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사실 불완전판매는 올 들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실시한 미스터리쇼핑(암행감찰)에서 평균점수는 76.6점으로 지난해 84.3점에서 7.7점 하락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최근 진행한 펀드투자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도 판매직원의 설명시간과 내용에 대한 불만족이 각각 39.6%, 41.2%에 달했다. 모두 지난해(28.7%, 26.2%) 조사 때보다 크게 늘어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업황이 부진하자 펀드를 하나라도 더 팔려고 무리한 마케팅을 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불확실성이 여전해 내년 금융투자업계 전망도 밝지 않다. 곧 마케팅전쟁이 한층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업사원들이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의 안방까지 들어가는 '기술의 진보'가 투자자들에게 이전 보다 나은 수익을 안겨줄지가 불투명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아웃도어영업 허용을 불완전판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자문서의 특성을 이용해 금융상품 판매과정을 정교하게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판매사들의 이익을 늘리는 수준에 그친다면 보다 혁신적인 진보를 억제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아웃도어영업 허용이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는 지점의 가치를 높이는 '진보'의 수단이 될지는 다름 아닌 증권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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