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뜰을 넘어 감소로 치닫는 소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2.12.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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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뜰을 넘어 감소로 치닫는 소비


내년 서울 입성을 타진 중이던 지방의 A아울렛은 최근 계획을 보류했다. 수개월 전만 해도 서울 내 신규출점을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다니던 업체였다. 그러나 불황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긴 부담스럽다는 게 경영진의 달라진 판단이다.

이 아울렛 관계자 역시 "불황은 (유통업체) 모두에 똑같다"며 "(백화점 고객이) 아울렛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보다 아예 지갑을 닫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아울렛업체 중 한곳인 B아울렛은 연말 사은 프로모션에서 대박을 터트리지 않는 한 올해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B 아울렛의 경우, 잇따라 신규 매장을 낸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 고객층 확대를 기대하고 신규 매장의 문을 열었지만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전체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울렛들도 역시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유통업계에선 아울렛은 불황기에 더 괜찮은 업태로 꼽혔다. 품질이 뒷받침되는 물품을 저렴하게 판다는 아울렛의 강점이 불황기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란 기대였다. 그러나 불황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며 그같은 대체효과도 지갑을 닫는 소득효과의 부정적 효과를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6개 아울렛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75%에 달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출 1조원 중 3000억원은 지난해 12월 새롭게 문을 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의 몫이다. 파주점과 청주점 등 이 같은 신규 매장의 매출을 제외하면 매출 신장세(기존점 기준)는 약 3분의1인 28%로 곤두박질친다. 여기에 신규출점을 위한 투자와 마케팅비용을 감안하면 크게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A아울렛 관계자는 "불황에 백화점 가던 손님이 아울렛으로 갈 거라는 말만 있지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긴 어렵다"며 "실제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이동한 고객보다 줄어든 중국 관광객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합리적·알뜰 수준을 넘어 감소로 치닫는 소비를 지필 불쏘시개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소비부진을 낳고 그것이 다시 위기감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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