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 수수료 '공정성의 함정'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2.12.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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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카드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가맹점 수수료였다. 각종 논란 끝에 새로운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지난 22일부터 적용됐다. 아직 일부 대형가맹점이 반발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 특히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적용되던 수수료 체계의 기준이 잡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뒤끝이 개운치만은 않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의 근간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공정성'과 '합리성'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여전법 개정안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공정성과 합리성은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가.



우선 합리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유는 지금까지 수수료율 체계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가산정을 통한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다.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한 말 그대로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수료 체계에서 공정성이 거론된 이유는 대형가맹점의 횡포 때문이었다. 일부 대형가맹점들은 지금까지 영세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의 적용을 받아왔다. 이 같은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정하다"고 판단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공정성은 주관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형가맹점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대와 개별 회사의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더욱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서 가장 수혜를 본 유흥업소의 사례에서도 공정성은 모호해진다.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 역시 공정성의 함정에 빠질 여지가 있다. 현재 영세가맹점의 기준은 연매출 2억원 이하로 정해졌다. 이들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수수료율의 적용을 받는다. 영세가맹점으로서는 공정한 일이다. 하지만 연매출 2억원을 갓 넘긴 가맹점 입장을 생각하면 공정성의 잣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지만 이 우여곡절은 시작일지 모른다. 현재의 상황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가맹점들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정성과 합리성이 공존하는 방법은 한가지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일치하는 경우다. 결국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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