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정책은 '다차방정식'으로 풀어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배소진 기자 2012.12.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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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대]'경제민주화+복지확대+저성장' 동시에 풀어야

성장률 3%도 쉽지 않을 만큼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는 것이 새 정부가 당장 직면한 경제 현안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과거처럼 재정을 쏟아 붓고 금리를 대폭 낮추고 고환율 정책을 쓰는 고전적 방식은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장기 저성장'에 맞서 정책 여력을 비축해야 하고 경기 활력 제고와 충돌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라는 시대정신도 담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에 올 인한 정부였다면 새 정부는 단기적인 현안과 구조적인 문제에 맞서 다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불안한 경기…경기활력 제고해야= 올해 우리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률은 3%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낙관적인 예측이 3% 중반을 넘지 않는다. 여전히 서민들의 생활이 가시적으로 개선될 만큼의 성장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오정근 고려대(경제학) 교수는 "내년 세계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모든 게 정상적으로 굴러갈 경우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속되는 유로존 위기, 중국의 중성장 시대 진입, 미국의 재정절벽 등 대외적으로는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추락한 경기를 살려내는 것이 가장 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는 다소 회복된다 하더라도 체감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는 당장 경기활력 제고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재정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직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안을 좀 더 경기 부양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지만 연말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가장 큰 목표는 결국 일자리 확대다.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지난해, 올해 절대적인 취업자 수는 양호했지만 어느 누구도 일자리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않는 것도 결국 '고용의 질'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2560만 명 경제인구 중에서 상용근로직은 1100만 명 밖 에 안되고 나머지는 임시직이나 자영업자"라며 "좋은 일자리, 상용직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경기 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복지확대+저성장 대비'…다차 방정식= 문제는 단기적인 경제활력 제고와 함께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민주화'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시대정신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장 경제활력 제고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억제에 맞춰져 있어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가 극도로 저조했던 이유는 불확실한 경기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경제민주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은 경기 상황을 보면서 시차를 두고 진행될 가능성도 나온다.

경제활력 제고, 복지확대를 위해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 시대 진입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요 리스크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 등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현실 진단에 따른 처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재영 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면 다른 부분도 살아날 것으로 봤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고 결국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며 "정확한 진단 없이 정책을 마구 시행하는 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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