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승리 요인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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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대]'경제민주화' 이슈 선점 민생대통령···'박정희의 딸' 후광 고정지지층 '탄탄'

ⓒ뉴스1제공ⓒ뉴스1제공


민심은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선택했다.

과거사 논란과 네거티브 공세로 선거 막판까지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당선자를 선택하고, 이명박 정권 심판과 산업화 세력 교체를 역설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외면한 것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살려 달라"는 민심이었다.

이처럼 박 당선자가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대권신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민생'이라는 화두를 초반부터 장악하며 민심을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 헌법 '입안자'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 야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제민주화 이슈를 빼앗아 온 것이 주효했다.



5년 전 당내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내세웠던 박 당선자는 이 같은 급격한 정책변화에도 '말 바꾸기'라는 공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원칙 있는 자본주의'를 강조하고, 지난해 '사회복지기본법' 구상을 제시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꾸준히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수층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지 않고 표 결집을 이뤄낸 것에 대한 박 당선자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정도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 효과도 박 당선자를 세계적 경제위기 국면에서 민생 대통령의 적임자로 끌어올리는데 주효했다. 경제성장과 근대화라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50대 이상·영남권 보수층에서 박 당선자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당 관계자는 "전체 지지율 중 30% 이상은 고정 불변의 지지율"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흉탄에 운명을 달리한 부모님에 대한 연민의 정서가 전통 지지층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가 이명박 정권 내내 '여당 내 야당'으로 각을 세워 왔던 것도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금석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특유의 '신뢰와 원칙' 이미지를 가져왔고, 선거 막판에는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차별화에 주력했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국민적 정치쇄신 열망 역시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을 내세운 박 후보에게는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면서 박 후보에게 선거 막판 '악재'로 작용했지만, 맞대응 카드로 '정책에 강한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내세우며 단일화의 파고를 넘었다.

야권의 전략 부재 역시 박 당선자의 승리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아름다운 동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박 당선자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야권이 단일화 결렬 및 재개를 반복하며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줬고, 갑작스러운 사퇴로 안 전 후보자 지지층 상당수가 문 후보에게 옮겨가지 못하면서 완벽한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했다.

지나치게 '반(反) 이명박' 정서에 기대 문 후보만의 '브랜드'를 유권자들에게 과시하지 못했던 점도 패인으로 남는다. 오히려 5년 전 참여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는 당시 '2인자'였던 문 후보에게 여전히 한계로 작용했다. 당초 우세를 예상했던 서울·경기·인천에서 박 후보에게 지지율 절반을 내줬고, 대선 격전지였던 부산·울산·경남에서 목표였던 40% 지지율에 크게 미달한 것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당선자의 승리는 후보 개인의 역량과 야권의 전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라는 호재를 살리려는 전술이 부족했고, '문재인'이라는 브랜드조차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인식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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