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입맛 깨우는 소리 'ho~hum'

이보라 다이어리알 기자 2012.12.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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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다이어리알 추천 맛집/ 서교동 ‘호훔’

최근 저수분 요리가 각광받고 있다. 식재료 자체의 수분만으로 요리하는 방식으로 식재료 고유의 맛, 색, 향, 영양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인기다. 그런 저수분요리 중 하나인 타진(tajin)은 다소 생소하긴 하나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요리다.

타진은 모로코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건조한 기후에 최소한의 수분만을 가지고 조리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생겨났다. 마치 고깔모자를 연상케 하는 냄비뚜껑이 인상적인데 조리 시 나오는 증기의 순환을 돕기 위한 지혜로운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호훔은 퓨전 타진 요리를 콘셉트로 한 국내 유일의 레스토랑이다. 향신료의 색이 강한 모로코 정통요리를 구현하기보다는 그것에 기본을 두고 감각적이고 캐쥬얼하게 풀어낸 퓨전 타진 요리다. 호훔이라는 이름은 ‘ho~hum’하고 내는 하품소리에서 따왔다. 피곤함과 졸림보다는 나른함과 늘어짐을 담고 있다. 의미 그대로 움츠러든 긴장을 풀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몽글몽글한 느낌의 천장은 구름과 같은 모양으로 포근한 기분이 든다. 하품할 때 나오는 입김과 타진 요리의 뚜껑을 열 때 올라오는 따끈한 증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사진_류승희 기자

타진은 본래 장시간 조리하는 음식으로 까다로움이 있어 가짓수를 추려 제공하고 있다. 메뉴는 파스타부터 생선조림까지 고루 준비돼 있다. 요리는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다년간 근무한 셰프가 담당하는데 일본에서는 타진요리가 가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편이다. 때문에 타진을 친숙하게 접했던 셰프가 있어 메뉴의 구성이 제법 다채로운 편이다.

동파육은 점심·저녁에 상관없이 두루 인기가 좋은 편이다. 돼지 오겹살을 쪄낸 요리로 중국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소동파가 있을 당시 만들어졌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청경채나 숙주 등의 채소와 함께 각종 향신료와 간장 등을 넣은 특제소스로 장시간 조려내는데 육질이 제법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다.


보다 건강하고 이색적인 요리를 원한다면 쿠와야키를 추천한다. 일본식 타진 요리로 버섯, 고추, 당근, 연근, 파, 가지 등의 채소를 넣어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강 요리다. 불에 살짝 구운 닭고기도 들어가 아쉬움이 없다. 몇 안 되는 메뉴 중에서도 조리시간이 긴 편인데 20분이란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사진_류승희 기자



위치 서교동사거리에서 KT&G상상마당 방면으로 가다가 삼거리에서 팔자막창 끼고 우회전, 50m정도 직진하다가 캐슬프라하 옆 골목으로 진입하면 오른쪽
메뉴 타진 쿠와야끼 2만2000원, 타진 동파육 2만4000원, 타진 동파육 덮밥(점심) 1만1000원, 타진 고등어 양념구이 덮밥(점심) 8000원
영업시간 11:30~15:00 / 17:30~23:00 (일요일 휴무)
전화 (02)6349-3303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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