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큐브벤처스 "스타트업 OO없다면 투자 안한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2.12.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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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멘토링캠퍼스]임지훈 대표의 투자원칙과 쓴소리

편집자주 『청년기업가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머니투데이와 기업가정신재단(이사장 이장무)이 한국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와이콤비네이터를 벤치마킹한『스타트업 창업멘토링 캠퍼스』를 열고 있다. 3개월동안 청년창업가들은 엔젤벤처투자자와의 멘토링, 전문분야 세미나 및 프리젠테이션 훈련 등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사업방향을 수정하고 사업화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하게 된다.

케이큐브벤처스 "스타트업 OO없다면 투자 안한다"


◆PT 끝난 후 30분 질문으로 내공 유무 파악

"스타트업이 PT를 할 때 저는 준비된 PT 내용엔 큰 비중을 안 둬요. 오히려 PT가 끝난 후 관련 질문을 무차별적으로 던져서 스타트업 대표가 그 분야에 ‘내공’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30분정도의 질문이면 내공 유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내공이 없는 곳엔 투자하지 않습니다."

지난 8일 머니투데이와 기업가정신재단(이사장 이장무)이 청년창업가를 위해 마련한 『스타트업 창업멘토링 캠퍼스』세미나에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만든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가 밝힌 투자원칙이다.



그럼 케이큐브벤처스가 중시하는 스타트업의 ‘내공’이란 무엇인가? 임 대표는 자신이 투자한 인기 앱 게임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와의 투자미팅 경험을 예로 들면 스타트업의 내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임 대표는 선데이토즈와 이정웅 대표를 만났을때 징가(Zynga)의 여러 게임들에 대해 질문했고, 이 대표는 모든 게임들에 대해 특징 및 성공·실패 요인 등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즉 이 대표는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가진 (=내공이 깊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올해에만 미국의 핀터리스트(pinterest)를 모방한 스타트업 15군데와 투자 미팅을 했는데, 그때마다 핀터리스트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와 그 모델이 한국에서 성공할지를 물어봤지만, 어느 한곳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고. 결과적으로 케이큐브벤처스는 어느 한곳에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차별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만큼 그 분야에 대한 깊은 분석과 이해가 없다면 케이큐브벤처스는 투자 안 합니다"

◆’OO에 따르면’...투자보고서를 볼 때 가장 싫어하는 문구


임 대표는 투자보고서를 볼 때 가장 싫어하는 문구는 ‘OO보고서에 따르면’, ‘OO트렌드를 보면’ 이라고 말했다.

"2010년엔 모두들 소셜 커머스에 열광했지요. 하지만 그중 살아남은 곳은 티켓몬스터와 쿠팡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난해엔 섭스크리션 커머스가 떠올랐고, 올해는 저마다 큐레이션 사업모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다들 요즘 미국에서 특정 사업모델이 뜬다고 무턱대고 한국에 그 모델을 도입하려고 난리입니다."



핵심 성공요소(key success factor)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트렌드만을 좇으려는 한국의 청년창업가의 경향을 꼬집는 임지훈 대표의 지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핵심 성공요소가 분야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즉 소셜 커머스에선 영업력과 자본력이 핵심 성공요소라면, 소셜 게임에선 개발자의 인사이트와 능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력과 마케팅이 핵심 성공요소인 분야에서 단지 개발자 몇 명으로 '앱'을 만들어 창업대열에 나서게 되면, 실패할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티켓몬스터와 쿠팡이 소셜 커머스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본력이 제일 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에 회의적

임지훈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와 미팅을 가졌던 경험을 들려주며 왜 자신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카카오 정도가 아니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즉 한국에서 카카오만큼 성공하지 못하면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하게 실리콘밸리 진출을 부추기는 언론을 보면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이런 현실을 동남아국가와 비교설명하며 그의 회의적 시각을 덧붙였다. "동남아국가에서 똑똑하다고 소리듣는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 창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한다고 칩시다. 과연 이들이 한국에서 쉽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여러분도(제2회 청년기업가대회 결선수상팀들) 힘든 일을 외국인들이 더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케이큐브벤처스 "스타트업 OO없다면 투자 안한다"
◆투자미팅에 늦은 스타트업에겐 절대 투자 안한다



임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갖는 비프로정신에 대해 쓴소리 한마디를 던졌다. "비즈니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냥 학생의 마음으로 임해서는 실패합니다."

이날 임 대표와의 간담회에 늦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있었다며 자신은 투자 미팅에 늦은 스타트업에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임 대표는 이날 간담회가 초음파를 이용해 고객마케팅에 활용하는 앱을 개발한 퍼플즈나 침수방지장치 제조업체인 FloodX 등을 만나는 예상치 못한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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