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꽝! 내가 가 본 망하기 좋은 가게들

한수진 창업애널리스트 2012.12.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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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이야기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두가지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 ‘일년 동안 난 뭘 한 거지?’ 혹은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갔네’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후회 없다’는 시원한 만족감을 나타내는 이들은 극히 적을 것으로 사료된다. 1년을 정리한다는 무게감은 자책과 책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 한해를 마감하는 자영업자의 심정은 참담한 수준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긴 불황과 소비 악화의 영향으로 어느 해보다 힘든 나날을 겪었던 것을 알기에 충분히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개그맨 이창명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30억원을 날리고 나서야 한가지 깨달음을 얻은 게 있는데 바로 ‘식당은 하지말자’는 교훈이었다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중국집 프랜차이즈 매장을 한때 300여개 이상 경영했던 수장으로써 외식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움이 따르는 일인지 현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사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외식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일은 녹록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도박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해외개척이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외식시장에서 아이템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승산 없는 게임일까?

3無에 손님은 운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글이 올라왔다. ‘고객은 왕? 옛날이야기 하지 마쇼. 주인장 눈치 보느라 밥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 모르겠소이다’라는 제목을 단 이 글은, 삽시간에 많은 댓글과 열띤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내용인즉 장사가 안되는 짜증을 손님에게 푸는 이상한 음식점 주인 탓에 불합리한 서비스를 받아도 끙끙 앓기만 하다 나왔다는 것이 주요 골자. 더불어 ‘잃어버린 소비자 권리를 찾아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소위 말해 3無로 일관하는 음식점 주인들 때문에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3無란 無개념, 無배려, 無능력의 요소를 갖춘 곳들로 회피 1순위로 꼽힌다. 필자 역시 몇가지 일련의 사례들로 황당한 경험을 겪었던 터라 조금 더 냉정하게 현실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석계역에 위치한 조개구이 전문식당은 평일과 주말에도 독점적인 아이템 구성으로 인해 장사가 꽤 되는 편이다. 그러나 고객서비스와 주인 성향으로 볼 때 장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조개는 껍데기를 분리해 먹을 수밖에 없는 요리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접시를 요구했지만 쓰레기통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라고 거절당했다. 셋이서 발밑에 있는 쓰레기통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불편할 뿐더러 테이블에 껍데기를 처리해야 원활한 식사가 된다는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작은 접시 하나 얻을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매장에 고객들로 들어차니까 가게 바깥에 파라솔을 설치하며 먼저 온 손님이었던 우리 테이블을 옮겨줘야겠다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차피 불이 필요 없고 다 먹지 않았느냐? 내가 못할 말 했느냐?’며 따지는 사장님의 발언은 불쾌함을 넘어 화를 불러일으켰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먼저 구했더라면, 식사편의를 위해 작은 접시쯤 흔쾌히 허락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곳이었다. 無배려로 일관하는 서비스마인드로 인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마포에 위치한 대창 전문점은 대형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유명세도 상당한 맛집이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 취했던 행동들은 명성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일관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트린 케이스. 無개념 마인드를 가진 직원 한명이 장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점장’이란 직책은 그야말로 가게를 전반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은 물론 경영철학을 유형화시키고 매출 향상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자리다. 그런데 업무적으로 찾아온 손님과 통성명은커녕 최소한의 브랜드 소개도 하기 싫어하며 핑계만 둘러대기 급급했다. 이런 운영자를 선택해 직영점을 관리하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가게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 더군다나 나갈 때 눈이 마주쳐 인사를 건네는 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 또 한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 소비자를 대함에 있어 어떠한 서비스 마인드로 접근 했을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본사 정책에 대한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연상됐다.

젊은 수요층이 즐비하고 역세권에 자리 잡은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례도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해준다. 처음에 인테리어 공사와 간판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만 해도 많은 궁금증을 낳고 열렬한 호응이 일어났지만 그 관심은 2주일 천하로 끝나버렸다. 스스로 각색해 내놓은 맛은 이질감만 느끼게 했고, 신생점포임에도 오픈 시간과 쉬는 날을 들쭉날쭉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無능력의 소취다. 사장의 상황 판단 미스와 경험부족이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일부러 어려운 길로 우회하는 꼴로 만들어 버린 것.



항상 환경적, 사회 분위기, 지나친 경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식당 자영업자만큼이나 불친절과 상식 이하의 서비스에 울고 있는 소비자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볼 시점이다. 외식 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이유에는 스스로 제 시장 파이를 깎아 내리는 내부의 적이 존재한다는 점도 있다. 편차 없는 서비스와 균일화된 매뉴얼로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국의 사장님들이 의기투합만 해준다면, 저성장에 허덕이는 어려운 시국이라 할지라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리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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